“그동안 여러 차례의 탱화전을 가졌지만,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이나 대학, 사찰전각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60여 점의 감로탱 가운데 시대적 전개과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들을 선별하여 전시하는 최초의 테마전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던 감로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매우 큰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시작들이 16세기 이후 조선시대의 작품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백 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 21세기를 사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지난 시대의 감로탱들을 보면서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림에서 보여 지는 각종 위난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치르고 있는 재난들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따라서 수백 년 전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서 2005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인간은 그 어느 누구도 죽음과 지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듣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번 특별전이 던지고 있는 화두도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얻은 소득이 있다면?
“감로탱이 처음 출현한 것은 16세기인데 초기의 작품인 1500년대의 작품 4점은 일본에 건너가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현존하는 감로탱이 대략 50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감로탱 조사를 벌이던 중 현존하는 감로탱이 모두 66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또 전시품 중 경북대 소장 감로탱은 이번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인데, 17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어쩌면 국내에 현존하는 감로탱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1649년에 제작된 보석사 감로탱이 국내에 현존하는 감로탱 중 가장 연대가 빠른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경북대 소장 감로탱이 보석사 소장품보다 더 앞선 것이라는 사실이 확정되면 이 또한 큰 성과가 될 것입니다.”-오늘날에도 감로탱의 맥이 이어지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무형문화재 제48호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고의 불모(佛母ㆍ불화를 그리는 화가)인 석정 스님을 비롯해 수많은 탱화작가들이 오늘의 시대상을 탱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80년대의 시대적 질곡을 관통하면서 홀로서기와 앞장서기를 하다가 쓰러진 민중화가 오윤씨가 있습니다. 오윤씨는 지옥도를 묘사하면서 코카콜라 휘장을 배경으로 혀를 길게 빼어 물은 중생들을 그린 파격적인 그림으로 눈길을 끈 화가입니다. 이렇듯 감로탱은 일반 불화와는 달리 서민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러므로 불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감상을 할 수가 있지요.”한 학예연구사는 ‘2005년 문화관광부 복권기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가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APEC회의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 전 세계에 우리 한국의 독창적이고 뛰어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