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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여의도칼럼] 행정구역 개편논의 중단해야..
사회

[여의도칼럼] 행정구역 개편논의 중단해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28 00:00 수정 2005.10.28 00:00

여야 정치권이 행정구역 개편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

기존의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백34개 기초자치단체를 뭉뚱그려서 60∼70개로 통폐합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로 되어 있는 행정체계를 광역자치단체―실무행정단위의 2단계로 좁힌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곧 특위를 구성하고 내년 2월에 여야 합의에 의한 개편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정치권의 이런 추진이 대단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정치권에선 현행 3단계로 이뤄진 행정구역 체제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행정구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국토가 거미줄처럼 연결된 오늘날의 교통 여건을 비춰볼 때 일제가 식민지 통치를 위해 산맥과 강을 경계로 분리한 행정구역은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의 문제는 그리 녹록한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우리 지방자치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쉽게 대들 문제가 아니다.

행정구역 개편은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 발전이라는 민주성의 측면에서 보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자치계층을 단층화시키고, 자치구역을 광역화시키면 10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 막 뿌리내리려고 하는 지방자치의 싹이 송두리째 시들어 버릴 우려가 크다. 또한 자치구역을 광역화시키는 것은 기초지방자치 규모가 더욱 작아지는 시대 추세와도 맞지 않는 논리다.

더욱이 우리 사회가 이제 막 지방분권시대의 문턱을 넘어 서려는 시기에 이 같은 논의가 대두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분권을 기치로 내건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가운데 집권 중반기를 지나는 시기에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불거진다는 것은 지방분권 개혁을 실종시키기 위한 반(反)지방분권세력들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의 수를 현행 2백50개에서 60여 개로 줄이려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잠재적인 정치경쟁자의 수를 4분의 1로 줄이려는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능하게 한다.

제 아무리 행정의 효율화가 시급하다고 해도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분권 개혁 과업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지방분권과 더불어 지방자치가 올곧게 착근한 후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 때 가면 자치단체들 간의 협력체계가 종횡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중앙정치권이 행정구역 개편 같은 시대착오적인 과제에 매달릴 시기가 아니다. 망국적인 '서울공화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스러져 가는 지역들에 활기를 넣기 위한 지방분권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지역 살리기에 역행하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그만 두어야 한다.

※ 박상일 의장(전 해남신문 편집국장)은 지역의 시각을 가지고 정치와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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