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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여의도통신] 새벽을 여는 강연..
사회

[여의도통신] 새벽을 여는 강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28 00:00 수정 2005.10.28 00:00
"100세까지 팔팔하게 살 수 있다"

한국노화학회 회장, 국제노화학회 회장,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영국 '노화의 원리' 선임편집인, 서울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소장…. 고령화 사회를 맞아 시쳇말로 '뜨고 있는' 박상철 교수의 주요 이력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노화(老化)나 장수(長壽)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박상철'이라는 이름을 아마도 음식과 결부해서 많이 들으셨을 것이다.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에 생선이 심장에는 유익하지만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사회적 주목을 끌었던 적이 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육류를 구워먹는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생선이나 육류를 야채와 함께 먹을 것을 권장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음식 문화로 자리잡았다. 글루타민이 들어있는 토마토, 아스파라긴이 들어 있는 콩나물이 선풍을 불러일으킨 것도 당시 우리의 연구 결과 발표와 무관하지 않았다."

음식과 건강의 상관성에 천착했던 박 교수가 노화와 장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라고 한다. 연구실에서 건강했던 세포가 암으로 전이되지 않으면 노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먼저 장수는 하나의 사회적 흐름이 되었다. 특히 '백세인'으로 대표되는 초장수인들의 급증현상은 인구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해도 1995년 5백여 명에 불과하던 백세인이 3년 만에 그 두 배인 1천여 명으로 늘어났고, 다시 2000년에는 2천여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나로 하여금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진정으로 깨닫게 해준 것은 신문에 실린 어느 기자의 칼럼이었다. 친구 아버지의 팔순잔치를 지켜보고 와서 쓴 글인데, 그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중견 은행원으로 50대 중반에 퇴직한 뒤 25년을 허송하고 팔순을 맞은 친구의 아버지는 '지난 25년을 헛살았다'고 한탄하면서 자신에게 집에서 쉬라고만 강권했던 자식들을 호되게 야단쳤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해일처럼 덮칠 고령화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글이었다."

1960년대 50세 전후에 머물러 있던 평균 연령은 2005년 77세로 늘어났다. 이런 장수 현상을 박 교수는 오키나와에 방문했을 때 보다 더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곳에선 90세를 넘어야 천수(天壽)라고 하고, 80세를 넘으면 영면(永眠)이라 하고, 80세 이하는 그냥 요절(腰絶)이라 한다.
"현대 사회는 노화란 개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요청한다. 우선 무엇보다도 노화 현상이 비가역적이고, 불가피하고, 보편적인 변화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노화 현상이 종래의 수동적, 비생산적, 비효율적, 자포자기적 상황에서 이제는 능동적, 생산적, 효율적, 자기 선택적인 변화가 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실제로 늙은 세포와 젊은 세포에 강한 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하자 후자는 죽었지만 전자는 죽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늙은 쥐와 젊은 쥐에게 질병 실험을 하자 늙은 쥐의 적응력과 생존력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의 해답을 모색하고 있던 박 교수에게 그것은 대발견이었다. 노화는 생명체의 생존을 위한 적응 현상의 결과라는 발견. 그렇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올바르고 성공적인 노화와 장수의 방법'도 있지 않을까? 박 교수가 백세인을 찾아서 전국 곳곳을 헤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어느 백세인 할아버지는 반지하 어두운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방안에 들어가 보니 너무나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어느 할머니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는 나에게 넌지시 귓속말을 했다. '밖에 나가면 내가 며느리 칭찬했다고 꼭 말해 줘'. 정치적 동물인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102세의 어떤 할머니는 '오래 사셨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텔레비전을 보니 106세 되는 노인이 투표했다고 하더구만'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생에 대한 강한 미련과 욕구를 가지고 있음을 솔직하게 표출한 셈이다. 54세의 손자와 살고 있는 101세의 한 할아버지는 낮에는 지게질을 하고 밤에는 한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그 백세인들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고령 사회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백세인은 60∼70%가 복지시설에 의존해 살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그 비율이 채 1%도 되지 않는다. 백세인의 70%가 맏며느리와 살고 있거나 집성촌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도 특징이었다. 지역공동체 회복이 고령 사회의 본질적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 박 교수는 "건강하고 멋지고 당당하게 그리고 팔팔하게 늙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여의도 통신 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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