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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민영의 세상엿보기] 노조비리와 전교조..
사회

[박민영의 세상엿보기] 노조비리와 전교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28 00:00 수정 2005.10.28 00:00

 지난 주 칼럼에 이어 전교조를 비판하는 글을 쓰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다. 교무실의 내 책상 위에 누군가 얹어 놓은 <주간 교육희망>을 훑어 읽다보니, 그 매체에 고정 칼럼을 쓰는 송원재 선생님(전교조 대변인, 서울 공항고)의 글 “노조 비리 만세!”를 보게 되었다. 송선생님이 전교조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건, 그분의 글솜씨가 빼어나기도 하지만 현 전교조 집행부의 정서와 시각을 대표하는 분이라는 이유가 크다고 믿는다. 나는 감히 ‘노조 비리’ 문제와 관련된 그 주류의 시각에 반론을 펴고자 한다.

송선생님은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을 두고 “심지어 한겨레와 경향까지 나서서 뭇매를” 때렸다고 분개하셨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한 (조-중-동이 아닌) 한겨레와 경향의 보도를 두고 “뭇매”라고 표현한 송선생님의 선정적인 과장에 동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뭇매’를 맞았다 한들 억울할 게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송선생님은 이번 비리가 “당사자 개인”의 문제인데도 “민주노총의 부패”, “노동운동의 도덕 상실”인양 비판받고 있다고 어처구니없어 한다.

나는 오히려 송선생님의 그런 항변이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안일한 형식 논리를 고스란히 되돌려 주자면, 참여연대는 왜 특정 대기업의 비리가 불거질 때 이를 재벌 체제의 구조적 문제로 비판하며, 전교조는 왜 특정 사학들의 비리를 예로 들어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장하는가? 

민주노총의 수석부위원장이라는 책임 있는 직위는 그만한 상징성과 대표성을 갖는 것이고, 따라서 이번 추문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터졌을 때 노조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송선생님의 오버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간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가 ‘민주노총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세상만사 아무 때나 들고 나오는 음모론은 보기 안쓰럽기 짝이 없다. 현 정부가 노조 지도자를 이전 정권 집권 시기부터 비리에 가담하도록 미리 배후 조종한 뒤 적절한 타이밍에 수사하도록 검찰을 움직일 수 있을만큼 치밀하고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건지, 송선생님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송선생님은 칼럼의 말미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화’를 강조하다보니 ‘멱살’을 잡혔다며 더욱 강경한 노선을 걸으라고 주문한다. 나는 이런 시각과 정서에서 짙은 패거리주의를 느낀다. 패거리주의로 뭉친 조직은 건강하지 못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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