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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교직원 체육대회..
사회

[교단일기] 교직원 체육대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1/04 00:00 수정 2005.11.04 00:00

지난 10월 30일 '제7회 양산시 교직원 체육대회'가 열렸다. 올해도 으레 열리는 행사로만 생각했는데 참석해보니 의미가 새롭다. 이 대회가 처음 시작될 때는 양산지역 전교조 소속 교사들만이 참여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양산지역 모든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 보기 좋았다.

올해 체육대회는 지난 체육대회들과는 좀 달랐다.

규모나 참가 인원은 비슷하지만 종목을 다양화하고 교직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여선생님들과 가족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늘 남자들 중심으로 축구 한 종목만 가지고 서로의 자웅을 겨루었던 구태를 벗어나기 위해 몇 년 동안 토론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이번 대회는 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종목은 축구, 배구, 발야구, 배드민턴, 탁구였다. 축구는 학교별 또는 학교 간 연합팀을 만들어 출전하는데 경기는 가장 치열하고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한 학교에서 근무한 교사들로 팀을 만드는 사립학교가 우세한 전력을 보이고 있기는 한데, 가끔 도깨비처럼 팀을 만들어 나오는 공립학교 팀들이 우승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배구는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어 대결했는데 초등 선생님들의 실력이 대단했다. 발야구는 처음 시작한 종목으로 남ㆍ여가 혼성으로 한 팀을 이루었는데 참가자들끼리 즉흥적으로 팀을 만들어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배드민턴은 개인별로 참가를 신청하여 평소 열심히 운동을 했던 선생님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탁구는 정식 종목 외 경기로 운동장에서 활동 안 하는 선생님들을 배려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체육대회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많이 참여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놀이방을 설치한 것이다.

체육대회는 으레 남성 위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여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거기다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까지 설치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해로 7회까지 이어진 '교직원체육대회'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교직원이라고 하면 교사들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체육대회에는 학교 행정실 직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여선생님들의 남편들까지 참여하여 함께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참 좋은 체육대회일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교원단체에서 주최를 하든, 교육에 대한 관점과 방법을 달리하든, 초등교사이든 중등교사이든, 아니면 지위가 높든 낮든 아무런 상관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이다.

요즘 교단은, 권투용어를 빌려 말하면, 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그로기(groggy) 상태에 빠져든 느낌이다. 그렇다고 바닥에 드러누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잘못된 문제점을 빨리 찾아내어 고치는 일이고 또, 권투의 세컨드처럼 사회가 교사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격려와 조언을 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사회의 교사들이 일 년에 한 번,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요일에 간신히 여는 체육대회에 지역사회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유병준교사/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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