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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 칼럼] 현행 맞춤법을 따라야 한다..
사회

[데스크 칼럼] 현행 맞춤법을 따라야 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1/04 00:00 수정 2005.11.04 00:00
지역교과서 관련 해명에 대한 답변

본지에 양산 지역교과서 관련 기사가 나간 뒤 양산교육청이 전자편지로 해명자료를 보내왔다. 해명자료는 <‘스러운’을 ‘스런’으로 줄여서 사용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언어학자들의 주장으로 국어학계 전체의 동의된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맞춤법과 관련된 사항으로 학자의 주장이나 학계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본지 10월 21일자(104호)에서도 밝힌바 있듯이 ‘자랑스럽다’는 ‘ㅂ’불규칙용언으로 관형형 어미 앞에서 ‘ㅂ’이 ‘ㅜ’로 바뀌어 ‘자랑스러운’으로 활용된다. 우리 맞춤법에서 ‘ㅂ’불규칙용언에서의 ‘ㅂ’이 바뀐 ‘ㅜ’가 그 앞의 모음과 어울리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스러운’을 ‘-스런’으로 쓰는 것은 맞춤법을 어기는 것이다.

맞춤법에서 준말을 규정하고 있는 곳은 32항에서 40항까지인데 이런 준말을 인정하고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일부 합성어에서 이런 준말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군고구마, 군밤’이 그런 예다. 여기에서 ‘군’은 ‘굽다’의 활용형 ‘구운’이 줄어 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준말이 인정되는 것은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에만 한한다. 하나의 단어로 굳어지지 않은 경우, 이를테면 감자를 구웠을 때 그것을 ‘군감자’라고 할 수 없다. 이때는 ‘구운 감자’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대화에서 ‘ㅂ’불규칙용언의 관형형이 ‘자랑스런, 부끄런’처럼 줄어드는 것이 별로 없다. ‘깁다, 눕다, 줍다, 가깝다, 무겁다, 쉽다…’의 활용형 ‘기운, 누운, 주운, 가까운, 무거운, 쉬운…’을 ‘긴, 눈, 준, 가깐, 무건, 쉰…’으로 줄여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ㅂ’ 이 ‘ㅜ’로 바뀐 그대로 쓰는 것이 현실에도 맞고 맞춤법에도 맞다. 해명자료는 또 ‘국기에 대한 맹세문’의 ‘자랑스런’을 예로 들었는데,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릇된 표현으로 지적된 사례로 요즈음은 각종 행사의 국민의례 때 ‘자랑스러운’으로 고쳐 쓰는 곳이 많다. 

지난날 최현배 선생이 국어순화 차원에서 한자어인 ‘-적(的)’을 대체하는 말로 우리말 접미사 ‘-스런’을 제시하면서 ‘역사적, 획기적’을 ‘역사스런, 획기스런’과 같이 바꿔 쓰자고 주장한 적은 있지만, ‘-적’과 ‘-스런’이 항상 등가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데다 한글 맞춤법에서 ‘-스런’이 독립된 접미사로 인정되지도 않는 일이어서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말았다.

‘자랑스런’이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현행 맞춤법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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