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나는 참을 수 없이 궁금해지고 만다. 가령, 둘 중 하나가 죽거나 헤어질 경우 남겨진 물고기는 어떻게 될까.(비목어의 경우)1.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2.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반쪽을 찾는다.
3.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1은 비장미를 통해 더욱 숙성된 낭만을 선사한다.
2는 현실적이지만 낭만적이지는 않다. 낭만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3은 현실적이고 갸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혼자 살아남은 비목어는 더이상 낭만 물고기가 아니다. 기형 물고기이지.그렇다. 동반자살하지 않는 비목어는 장애어(魚)일 뿐이다. 한 쪽 눈이 없다는 것도 장애지만, 혼자서 헤엄을 칠 수 없다는 것이 장애다. 사랑이, 혼자서 헤엄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없게 만들었으므로 장애를 극복할 기회를 앗아간 셈이다. 이쯤 되면, 장애가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는지, 사랑이 그들의 장애가 된 건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사랑은 안온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지만, 그것을 탐하기만 하고 특권을 누리기만 해서는 안된다.혼자 걸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멀쩡히 걸을 수 있는 데도 절름발이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온전한 인격으로 사랑했으면 한다. 지나치게 기대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