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회는 교원평가 문제로 아수라장이 된 것 같다. 교육부와 학부모들, 그리고 일부 교사들은 교원평가를 해야 교육이 제대로 된다고 믿으며, 반대하는 교사들을 행해서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는 교사들이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도 한다. 언론은 며칠째 교사들을 야단치고 있다.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찬성하는 문제를 두고, 도대체 왜 교사들은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걸까? 교사로서 전문적 자질을 향상시켜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도록 하자는 데 왜 반대하는 걸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한 행정적, 제도적인 것을 살펴보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연수로는 자격 연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자율연수가 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교과에 대해 학문적으로 깊이 연구하는 과정도 있다. 그리고 교육청이나 교육부로부터 시범학교나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교육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도 한다. 또한 교육청이 장학지도를 나와서 제대로 수업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도 한다. 학교 자체적으로는 전체 교사가 공개수업을 해서 동료장학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수업연구대회도 있고 개인연구 발표회도 있어 해마다 그 자료를 책으로 펴내고 있기도 한다. 교사평가와 관련해서는 교장과 교감이 교사들을 수·우·미·양·가로 평가하는 근무평정이라는 게 있다. 이와 더불어 학교평가라고 하여 학교 전체에 대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평가가 공식적으로 제도화된 것들이라면, 교사들 스스로 학생에게 설문을 해서 수업을 평가하는 비공식적 평가도 있다. 이렇게 교원평가에 해당하는 행정적, 제도적 장치들이 학교에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학부모들은 교원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 부적격 교사 퇴출과 교육의 질 향상을 들고 있다. 이미 있는 것으로는 부적격 교사를 가려낼 수 없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어서 그렇다면, 그것들을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고스란히 두고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교사들이 이 제도를 내면화해서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자율적 의지를 지니고 있을 때, 보다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교육부가 시행하려는 교원평가제는 교사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교사들은 해년마다 근무평가를 받는데 이제껏 한 번도 어떤 평가를 받았고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 본 적이 없다. 승진제도는 교사들을 거짓 교육을 하게 만든다.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목적이 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만드는 혐의가 짙은 것이 현행 제도다. <책문>이라는 책에서 명종 때, ‘교육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조종도(趙宗道)라는 분이 답하여 쓴 글에서, 학교행정은 교육법과 교육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교원평가는 교사들 스스로 평가를 내면화해서 주체가 될 수 있는 일이 먼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시행 여부를 따져야 한다. ‘학문의 진리가 마음을 즐겁게’ 하도록 여건을 만들고, 기존의 행정과 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양산남부고등학교 교사 유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