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극단이 양산을 다녀갔다. 일본의 양심세력을 대변해 온 극단 ‘세이넨게키조(청년극장)’가 <총구-교사, 키타모리 류타의 청춘>이라는 작품을 들고 한국을 찾아 지난달 13일부터 40일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을 도는 순회공연 중에 지난 3일 양산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 것이다. 올해가 ‘한-일 우정의 해’라지만 두 나라 사이는 오히려 껄끄럽기만 하다. 독도 문제, 일본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양쪽 극우 정치인들의 넋 나간 소리가 겹치면서 ‘우정의 해’다운 축제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차에 한국 땅을 밟아 이곳 양산의 무대에 선 일본의 연극배우들을 만난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일본의 연극을 전광판의 한글 자막으로 보는 것도 낯설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소설 <빙점>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일본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유작을 무대화한 <총구…>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반전ㆍ평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저들로부터 크나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의 관객들에게 전해진 울림이 길고 깊었다. 한국 공연에 앞서 이 극단의 ‘후쿠시마 아키오’ 대표는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의 전쟁 피해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우리 극단은 일본이 저지른 침략행위를 파헤치는 작품을 다뤄왔다”며 “일본에도 전쟁을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니 더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이번 한국공연의 의미를 알겠다. 3일 양산공연을 끝낸 후 출연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할 때 주인공 ‘기타모리 류타’ 역을 맡은 ‘후나쓰 모토이’는 서툴지만, 분명한 한국말로 “이 작품이 한국과 일본을 잇는 우정의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렇다. 속 좁고 알량한 정치인들이야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라 하더라도 두 나라의 문화예술인들이 이렇듯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준다면 두 나라의 미래는 마냥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40여명의 단원이 버스 1대, 5톤 트럭 2대와 함께 움직이는 대장정을 펼치며 한국인들을 향해 ‘새로운 미래로 향해 나아가자’고 힘주어 외치는 일본의 청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전영준/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