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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시민의 지혜를 모아..
사회

[양산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시민의 지혜를 모아 일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1/18 00:00 수정 2008.08.19 05:14
③ 양산천에서 일하라

시대마다 다른 삶의 환경 때문에 하천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도 달라져 왔다.

인류가 환경을 개조하기 시작한 이래로 하천은 줄곧 사람의 손길에 의해 모습을 달리 해온 것이 사실이다. 치수의 목적에서 이제 환경과 경관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처음 스위스에서 ‘하천 재생’의 개념으로 시작한 자연형 하천 가꾸기는 이웃 일본으로 건너와 전국적인 하천 가꾸기로 확대되고 있다. 이른 바 ‘다자연형(多自然形) 하천 만들기’는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생태하천 복원과 유사한 개념이다. 수질오염으로 인한 미나마타병, 이따이이따이병 등의 충격은 이미 옛말이 되어 버렸다.

현재 일본 하천은 수질면에서는 하수관거 사업과 각종 정화시설 및 기술의 발전으로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느 하천할 것 없이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사람들이 달라진 하천과 만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7년 개정된 하천법에 의해 하천 사업시 치수와 이수의 목적 외에도 환경 복원에 대한 부문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붕괴된 하천을 다시 옛 모습으로 돌리는 일에 힘쓰고 있는 일본. 현재 하천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자체, 시민, 학계의 다양한 노력을 살펴본다.


■ 일본 남부 사가(佐賀) 현의 아자메노세(엉겅퀴의 여울)

백지계획으로 시작한 하천 습지 만들기
시민들의 참여 유도로 자연복원 공감대

6만m²의 습지가 지역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 남부 일본 남부 사가(佐賀) 현의 아자메노세는 후쿠오카(福岡) 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사가 현 마쓰우라(松浦) 군에 위치한 작은 습지이다.
하천복원 사업은 비용이 만만치 않아 민간인들이 엄두내기 힘든 사업이다. 따라서 국가나 각 지자체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양산의 경우에도 대형 국책사업들이 시민들의 동의없이 진행되어 물의를 빚는 모습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자메노세의 사업 과정은 양산천 복원 사업 외에도 국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대형 토목사업의 진행 방식으로 참고할 만하다.

아자메노세는 ‘엉겅퀴의 여울’이라는 일본 고어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생태동·식물이 서식하는 습지였다. 하지만 농경지로 바뀌어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농경지로 변모한 땅은 지대가 낮아져 홍수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입었고, 농약의 사용으로 황폐해져 30여 년 전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처음 제방축조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자메노세 지역이 농경지로서 보다 자연습지로의 복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일본 국토교통성은 자신들의 결정을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백지계획을 주민들에게 내밀었다.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지역에 제방 축조를 할 것인지, 습지 조성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책임을 맡긴 것이다.

사업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주민들도 처음 겪는 주민설명회 방식에 낯선 기색이 역력했다. 아자메노세가 있는 사가(佐賀) 현은 주민 대다수가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에 남아 있는 노령층이어서 습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을 뿐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자메노세가 일본 황태자가 직접 방문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게 된 데는 담당공무원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5년 전 아자메노세를 담당한 공무원은 주민설명회가 있는 날 집집마다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주민설명회를 정부의 안을 설명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학습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5년간 매달 열린 주민설명회는 이미 50여 차례나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자메노세 습지 복원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마련되고,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새벽 3시를 넘겨 진행되기도 하는 주민설명회는 정부와 주민, 전문가 그룹이 한데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이다. 50여 차례의 주민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냉소적인 주민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 무관심은 지금은 아자메노세회가 구성되어 시민사회단체로 성장하였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의에 대한 원칙도 세워졌다. 처음부터 정해놓고 시작하지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참가자 비고정의 자유 참가의 검토회’, ‘전문가는 조언자로서 위치설정’, ‘현지의 폭넓은 지식을 흡수하는 노력’, ‘모두 만들어 간다’, ‘<하자>가 기본’, ‘반복해, 서로 이야기한다’ ,‘진행방식도, 모두 생각해 결정한다’ 등의 규율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주민들의 참여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 습지의 모습을 증언하고, 사업 과정에서 반영되는 것을 감시하고,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자신들의 입장에서 다시사업에 반영시키게 된다.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예산이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주민들과 상의한다.

아자메노세는 마쓰우라강 옆에 6m가량 구불구불한 수로를 만들어 습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에는 습지에 있는 못을 하나 더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마쓰우라 강에 사는 수생 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 강 전체의 생태계 보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무관심했던 주민들이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고기를 잡고 반딧불이를 구경할 수 있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가고 있다.

특별취재팀: 이현희기자, 오정숙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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