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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수능이후
사회

[교단일기] 수능이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2/02 00:00 수정 2005.12.02 00:00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례 행사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엄청나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이 시험에서 단 1점이라도 더 따야 보다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무한 경쟁을 펼친 뒤끝은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마다 이 시험 성적 때문에 비관해서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생기고 있다는 것이고, 어른들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법을 만들기는 했으되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우울한 풍경과 대칭적인 곳에 일상적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다.

수능시험 이후 아이들과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다녔다. 수능 전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이고, 수능 후에는 할 수 있더라도 비공식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먼저, 교육청에서 마련했다는 연극제를 보러 시청 문화예술회관에 갔었다. 아이들은 구경꾼으로 몇 시간 골 때우듯 때우고 나와서 하는 말이 '꼭 이런 데 와서 관람해야 하냐고,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되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내뱉으며 총총히 걸어간다.

그동안 점수따기에 매달려 있었으니 문화적 감수성이 둔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인정하고 돌아섰다.

그래도 속으로는 연극 한 편이라도 본 경험이 생겼으니 언젠가 연극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리라 기대를 했다.

양산시티투어로 양산향토사료관에도 갔고 북정동 고분군에도 갔고, 통도사도 갔고, 하수종합처리장에도 갔다. 문화해설사로 네 분이 와서 설명을 친절하게 하셨는데 2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집중해서 제대로 듣기란 어려우니 귀에 들리는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듣고 무엇이든 알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기를 기대한다. 통도사 앞에서 입장을 못하고 30분을 추위에 떨면서 기다려도 양산시의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고맙기만 하다. 하수종합처리장 황량한 곳에서 아이들이 이 곳에 왜 왔냐고 자꾸만 물어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고 언젠가 물이 깨끗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하고도 속이 편하다.

지역대학인 양산대학의 초청에 손님 대접을 한나절이나 받았다. 굽은 길에 버스를 타고 오르며 아이들이 또 이곳에 왜 가느냐고 자꾸만 물어도 가 보면 안다고 억지를 부리며 갔다.

저희들이 생각한 것과 실제로 가서 듣고 보고 알게 되어 느끼고 생각한 것의 차이에서 교육은 이루어지니 말이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한 아이를 붙잡고 물었다. 그래, 생각한 것과 실제가 어떠했냐고 물었더니 차이가 있더란다.

수능 이후 사회는 아이들에게 후한 대접을 한다. 사회는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경쟁으로 내몰렸던 아이들의 닫힌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만 했으니 이제 여러 가지 체험을 하라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온갖 음식을 장만해서 대접하듯 한다.

그러나 별 감동이 없는 것 같다.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데 감동할 이유가 없다는 듯하다. 주는 이나 받는 이나 서로 감동이 없다면 껍데기만 오갈 뿐이다. 그래도 교육이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계속 부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장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아이들은 언젠가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믿자.

유병준교사(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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