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복원 사업은 삶의 질을 고민하는 순간 시작하게 된다. 지금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가치있고 풍요로운 삶을 고민하는 시민들이 늘어가면서 하천복원 사업은 단순히 하천에 친수공간을 마련하는 차원이 아닌 도시 공동체의 재형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천에 대한 관심은 크게 4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수질오염이나 하천 주변 환경정비 사업에 대한 관심이 1단계라면, 하천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활동이 2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양산천에 대한 관심의 수준은 2단계를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시나 각 자원봉사단체, 사회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양산천 주변 환경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하천 복원 사업을 위해서는 3, 4단계로 질적 성숙이 필요하다. 3단계는 하천에 대한 연구이다. 하천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실시하는 단계이다. 수질, 수량, 생태, 역사·문화, 공간 이용 등에 대한 조사와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마지막 4단계는 ‘시민전문가’의 형성 과정이다. 3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민전문가들은 하천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지자체와 협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하천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청계천 복원 사업의 경우처럼 지자체장의 의지가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업 이후 관리비용의 문제에서 지자체 주도의 하천복원 사업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천을 아기처럼 돌보는 시민들이 없는 이상 사업을 진행한 지자체가 계속해서 관리비용을 부담해 하천복원 사업이 돈 먹는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실제 양재천 복원 사업 이후 각 지자체별로 하천부지를 이용한 공원 및 체육시설을 마련해 놓고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방치된 사례를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하천복원 사업이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데 반해 절차는 획일적인 면이 있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확보하게 되면 외부 전문가들에게 사업용역을 수립하게 한다. 이 때 외부 용역업체에서 수행하는 하천계획 수립은 이미 성공한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머무르기 십상이다. 하천을 복원하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은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하천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다. 하천복원 사업의 입안 및 구상, 기본계획 수립, 기본설계, 시공, 유지 및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여론 수렴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민 전문가’의 양성은 바람직한 하천복원 사업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양산천의 복원은 양산천만의 특성을 파악하고, 지자체와 시민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50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로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업인 셈이다. 청계천의 축포에 놀라 허둥지둥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