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능에만 매달려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을 고3, 이제 바야흐로 청소년에서 성인의 세계로 들어서는 푸른 영혼들에게 참된 삶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지렁이가 우글거리는 살아 있는 땅에서 / 저절로 자라는 풀들 가운데 / 대부분은 잡초가 아니다. / 망초도 씀바귀도 쇠비름도 마디풀도 / 다 나물거리고 약초다. /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 ‘잡초 같은 인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표제작인 ‘잡초는 없다’는 대학교수에서 농사꾼으로 들어선 지은이가 전쟁하듯 뽑아낸 ‘잡초’가 사실은 나물로도 무쳐 먹고 효소식품으로 만들 수 있는 별꽃나물과 광대나물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철학적 사유를 그리고 있다. 지은이는 자신의 무지와 어리석음이야말로 세상을 그릇 보게 만든다는 반성과 함께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살기 좋은 세상에서는 ‘잡초 같은 인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깨우침에 이르면 독자들도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이 글에서 지은이는 잡초가 없는 세상, 즉 모든 인간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다. 이 글 말고도 거름 냄새와 흙내음이 폴폴 나는 이야기, 삶에서 거둬 올린 생생한 깨달음이 가득하다. 이를테면 콩은 언제 심느냐는 물음에 “올콩은 감꽃 필 때 심고, 메주콩은 감꽃이 질 때 심는 거”라는 시골 할머니 대답도 그 한 예다. 일반적인 기준에 맞춘 과학 영농보다 자기 주변을 관찰하고 경험해 찾은 지혜가 더 ‘과학적인 해답’이라는 대목도 곱씹어 볼 만하다.
<윤구병/보리/262쪽/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