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수능 이후 고3을 위한 청소년상담실의 노력..
사회

[교단일기] 수능 이후 고3을 위한 청소년상담실의 노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2/09 00:00 수정 2005.12.09 00:00

우리 시의 청소년상담실에서 수능 이후 고3을 위한 ‘음주예방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내 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상담실과 학생,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진행자로 참여하여 운영된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육주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교육의 주체들이 말 그대로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었다.

우리 학교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부끄럽지만, 엉망이었다. 아이들의 참여가 저조해 프로그램 전체가 진행되기 어려웠다. 아이들은 복도에서 우왕좌왕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결국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끝을 냈다. 진행하신 분들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교실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먼저, 협의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학교와 학교 밖의 구성원들이 무언가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구체적 협의 과정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육의 성립 조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도한 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실천적 장에서 의도한 것이 실현되기란 어렵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른바 ‘학습자 중심'이 그것으로 학습자의 필요, 욕구, 흥미를 고려해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 이후 고3을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사회구성원들은 말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 교육 현장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답답하다. 입시에만 모든 것이 맞춰져 있었기에 그 외의 일들은 유보했어야 했다. 그러다 수능이 끝나고 그 유보되었던 일들을 해보려 하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유보했던 것은 신나고 즐겁게 노는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정말 좋은 교육적 기대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준비해서 실제로 해보지만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한결같이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주체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고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이를 두고 아이들만 꾸중할 일도 아니다. 고3을 맡은 담임들도 답답하기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이런 사정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과 교사를 높은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기만 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지 그 구체적 대안은 찾기 어렵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은 이 속에서 아이들은 또 한 가지의 편법과 요령을 익힌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상담실의 음주예방프로그램은 매우 실천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문제 해결의 본보기를 제시해 주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아쉽고 고쳐야 할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학교와 지역사회 및 교육관련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청소년상담실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양산남부고등학교 교사 유병준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