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을 중심에 놓고 교육문제를 생각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역 국회의원 주도의 토론회와 신문사 및 시민ㆍ사회단체가 주최한 좌담회, 양산시가 주최한 교육간담회가 그것이다. 논의 주체에 따라 교육에 대한 관점, 방향, 해결 방안 등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을 중심에 놓고 교육 문제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나 지역 사회의 교사로서 주체로 참여하는 일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그동안 국가적으로 세계화를 대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사이에 지역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지 못했다. 교육자치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무수한 말로만 남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을 주관하는 지역 교육청은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정적 차원에서만 문제를 바라보고 당장의 시각적 결과를 보여주려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한다는 인상이 짙다. 자치 단체인 시는 교육을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과 시민ㆍ사회단체의 역할도 뚜렷하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지역 언론은 교육의 구체적 모습을 파악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민이 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단순히 교육에서 일어난 일을 알리는 소식지 역할에 머물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민ㆍ사회단체의 교육에 대한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교육의 주체로서 참여하여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교와 사회가 제대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하나 활발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학교 현장의 교사로서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교육의 모든 것이 입시제도에 얽매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지역적 특성과 상황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공립학교의 교사들은 생활근거지나 승진과 관련하여 학교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한 지역에 터를 두고 교육활동에 임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역을 중심에 두고 교육을 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산의 많은 공립학교 교사들은 지역민으로서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헌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럽다. 사립학교의 교사들은 공립의 교사들과는 달리 이동 없이 지역의 학교에 터를 잡고 교육에 임할 수 있으므로 보다 지역 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지역의 교사로, 지역 의 주체로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는 개별적 상황에서만 가능한 셈이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토대 구축이 어려워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운 실정이다.12월이 되면 공립학교 교사들은 학교 이동과 관련하여 고민에 빠진다. 생활근거지와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겨야 할 것인가, 승진에 유리한 학교로 옮겨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근무조건이 더 좋은 학교로 옮겨야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올해도 여전히 이런 저런 이유로 고민을 한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교사로서 삶을 선택하는 일은 이 보다 더욱 어려운 일임을 지역 사회는 알아야 할 것 같다.유병준교사(남부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