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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옮겨 심은 나무와 아이들..
사회

옮겨 심은 나무와 아이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2/23 00:00 수정 2005.12.23 00:00

새내기들을 맞이하기 위해 면접을 했다.

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면접에 임했다.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면접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면접이라 모두들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삶의 한 과정이 또 시작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면접이라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묻고 듣기는 어려웠지만 아이들의 눈빛과 태도에서는 진지함과 희망이 넘쳐 난다.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이 학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시설이 참 좋은 것 같고, 깨끗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솔직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학교 밖에서 들리는 소문은 공부도 못 하고 사고를 많이 치는 학교라고 하던데, 그래도 이 학교가 좋으냐?"

잠깐 머뭇거리더니,
"좀,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었는데 와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자기 할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꼭 이루고 싶습니다."

내가 면접을 했던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대답을 한다.

속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지금 먹은 이 마음이 끝까지 변하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학교 주변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많은 것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고,길도 새로 났고,좀 있으면 지하철도 개통될 것이다.

거기다 신양초등학교라는 초등학교가 개교할 예정이고,다리 하나 건너면 물금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또 개교를 한다고 한다.

시 쉬는 틈에 거의 다 지어진 초등학교를 바라보다 문득 옮겨 심은 나무들이 눈에 띤다.
어떤 나무들은 거의 다 자란 것들이고,또 어떤 나무들은 어린 것들이다.

어디에서 태어나 자란 것들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나무들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곳과는 다른 환경 속에 놓인 그들이 이 곳에서 뿌리를 깊이 내려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나무들은 스스로 삶의 환경을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자신들의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는 의연함을 보여주고 있다. 겨 심은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할 아이들을 생각한다.

중학교까지는 어린 티가 많이 나지만 고등학교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막막하기까지 할 것이다. 누구나 겪고 넘어가야 할 과정이기에 달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옮겨 심은 나무들이 새로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잎이 무성한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자연이 도와주듯 아이들을 그렇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해 본다.

남부고등학교/유병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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