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장실은 집단민원인들의 항의방문으로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야 했다. 양산이 대형 국책사업 등 굵직굵직한 개발 사업으로 인한 집단민원 발생이 높은 반면, 기초단체로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한전, 토공, 도공, 주공 등 거대 공공기관에 대응할만한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와 더불어 시의 조정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여론이 높다. 국책사업과 관련 경부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인한 관내 도로 정비 지연, 양산IC 이전으로 인한 고가도로 건설 공사중지가처분 신청 등에서 시가 보여준 조정력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토공이 추진 중인 신도시 사업에서도 토공의 일방통행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사업 구상 단계에서 강력한 주민 반발에 부딪친 765Kv 고압송전탑 건설, 동면 사송택지개발 계획 등은 기초단체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정작 시민들은 시가 시민들의 재산과 권익을 보호해주기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매번 ‘힘이 없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의 조정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비단 국책사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시가 추진해온 각종 사업에서 조정력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는 더욱 많다. 한 해 내내 웅상지역을 들썩이게 만든 분동 추진 과정에서의 미숙함과 시의회의 갈등은 단연 시의 조정력 부재를 드러내는 경우다. 또한 원동과 상북에서 사회복지시설 인·허가를 둘러싸고 보여준 민원대처능력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관련 실무책임자를 직위해제하는 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고질적인 민원발생에 대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취임 초부터 지적된 시의회와 오근섭 시장의 갈등 역시 시 조정력 부재가 낳은 결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의 개인적인 성향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오 시장을 받치고 있는 참모들의 보좌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장만 보이고 참모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오 시장의 업무 추진 방식이 독선적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드러내는 말이다. 하지만 집행부와 시의회가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오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줘야 할 참모진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가 얼마 남아 있지 않지만 연초에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선거와 관계없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우선 시장의 목소리보다 참모들의 조언이 더 커져야 한다”며 현재 시의회와 오 시장의 불편한 관계를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