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활규정 개정을 위한 의미 있는 토론회가 학교에서 열렸다. 학생, 학부모, 교사 대표가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쟁점 사항을 찾아 토론을 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었다.토론회는 시작부터 치열했다. 먼저 쟁점이 된 사항은 학생회 대표의 자격으로 성적에 제한을 둘 것인가 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성적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 대표들은 성적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학생들은 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고, 학부모와 교사들은 성적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학생회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그 다음으로 가장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진 것은 두발 문제였다. 학생들은 두발 제한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자신의 머리 모양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들은 단정한 머리 모양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토론 과정에서 극단적 예를 들며 성급하게 일반화하거나 비논리적 요소가 강한 감정적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부모와 교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자신들의 주장을 충분히 펴지 못하는 모습도 엿보였다.아무튼 토론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얻을 점이 많은 것 같았다. 치열하게 논쟁하는 가운데 서로 합의할 수 없는 것은 어떤 부분이고,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토론회의 성과는 교육의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보다 나은 학생생활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이었다.요즘, 학생회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교조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일이기는 했지만, 여당 국회의원들이 중·고교 학생회를 법적 기구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학생회의 법제화 필요성은 학생들의 발언권을 제도화한다는 데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학생들은 학생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유명무실하다고 말해왔다. 학생회를 열어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하고 실행을 하려고 해도 학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학생들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나 학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다원주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 완전히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학생생활 규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아직도 많은 어른들은 이런 낡은 생각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참다운 만남을 위한 소통이 거듭되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한 해를 보내며, 새해에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교육의 주체가 되기를 기대한다.유병준교사/ 남부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