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가 버스 안에서 찢겨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애초의 4인 선거구를 2인 또는 3인 선거구로 나누기 위해 경남도의회가 28일 오후에 벌인 촌극의 무대는 도의회 주차장에 세워놓은 버스 안이었다.경남도의회의 기상천외한 ‘버스 안 본회의’는 최근 전국의 광역 시·도의회가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2~3인 선거구로 쪼개는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벌이고 있는 온갖 작태 가운데서도 단연 압권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 남을 일이다.이에 따라 우리 양산의 경우 ‘가 선거구(웅상)’ 3인, ‘나 선거구(상·하북, 동면)’ 3인, ‘다 선거구(물금, 원동)’ 2인, ‘라 선거구(중앙, 강서, 삼성)’ 3인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상·하북면과 동면이 한 선거구라니 이는 누가 봐도 코웃음을 칠 일이다. 상·하북면과 동면은 천성산 정상 부근에서 행정구역경계로 맞닿아 있을 뿐 실제로는 인접성이 없다는 것은 양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인식하는 사실이다. 이처럼 기이한 선거구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측은 도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분할을 했기 때문이라지만, 단지 그런 이유가 아닌 다른 저의가 숨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선거구획정을 전형적인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규정한다. 다 알다시피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일’로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주지사 E. 게리가 새로운 상원의원 선거지역에 대해 자당인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지도상에 나타난 선거구의 모습이 흡사 도마뱀(샐러맨더, salamander)과 유사하다고 하여 반대당에서 게리와 샐러맨더를 합쳐 게리맨더(gerry+mander)라고 비난하면서 이 말이 널리 유포됐다. 그 결과 주 상원의원선거에서 게리 주지사가 소속한 정당은 50,164표를 얻고 29명의 당선자를 낸 데 비해, 야당은 51,766표를 얻고도 11명의 당선자밖에 내지 못하였다.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한 득을 톡톡히 본 셈이다. 게리맨더링이란 말의 유래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 양산 ‘나 선거구’의 모양새는 허리가 잘록한 모래시계, 그것도 아주 볼썽사나운 모래시계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이 4인 선거구의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법 취지는 그 동한 거대 정당들이 지지율과 투표율에 비해 과다한 대표성을 가진 의석 독점현상과 소선구제로 인한 사표를 줄이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을 보장하자는 데 있다. 또한 지연·학연과 같은 비합리적 요소에 의한 당선가능성을 줄이는 데도 중선거구제가 알맞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4인 선거구를 2인 또는 3인 선거구로 쪼갠 선거구 획정은 중선거구제 도입으로 지방정치문화의 고질적 병패인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던 유권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일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싹쓸이 현상을 부추겨 소수정당 및 정치신인들의 진출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선거구획정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 일색의 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웅상, 동면에서 4인을 선출할 경우 첫 시의회 입성의 가능성이 높았던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구 분할을 ‘민노당 죽이기’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선거구획정에서부터 이런 더티 플레이가 벌어진 이상 2006년 지방선거는 결국 유권자가 준엄한 심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19세기 초에나 먹혀들었던 게리맨더링이 21세기 한국의 풀뿌리민주주의에는 아무 약발이 없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보여주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