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전 국회의원, 북부비전21 대표)동양의학에서 건강한 몸이란 인체의 음양이 가장 조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동양철학의 존재론은 일원론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운동방식은 음양의 길항(拮抗) 관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원론이기도 하다. 우주 만물에는 음과 양이 공존한다. 음이 성하면 겨울이고, 양이 성하면 여름이다. 여자는 음이고, 남자는 양이다. 허(虛)하면 음이고, 실(實)하면 양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음과 양도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음양의 존재의 원리는 상대성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운동의 균형이 무너지고 존재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동양의학뿐 아니라 동양사상의 핵심도 이러한 음양의 조화와 균형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이상적인 마음가짐을 우리는 중용(中庸)이라 부른다. 그것은 단순한 중간이 아닌 역동적인 평형 상태를 의미하며, 극도의 긴장이 존재하는 균형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 우리 마음이 닿아 있는 곳, 우리가 내리고 있는 판단이 그런 중용의 상태에 터 잡고 있는지 항상 자문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다시 말해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부를 뿐이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의견이 지배하면 당장 세상은 조용할지 모르지만 그 사회는 속으로 병들어 죽고 말 것이다. 지난 1년, 아니 수십년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갈등의 연속으로 점철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식민지 지배자와 독립운동가의 갈등으로, 마침내는 남북간 동족상잔의 큰 전쟁으로, 해방된 나라가 됐음에도 돌멩이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갈등이 엄존해 왔다. 지금은 그 정도가 상당히 약해지긴 했지만 숱한 갈등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시공간을 채우고 있다. 독재로 침묵을 강요당하던 사회도 위험했지만 지나치게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독재 사회가 저체온으로 식어 가는 환자라면 갈등 사회는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토해내는 환자라고 할 수 있다. 개정 사학법에 극렬하게 저항하던 일부 사립학교들이 정부가 부패사학 감사를 거론하자마자 꼬리를 내리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그렇다. 세상의 많은 갈등은 올바른 가치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진다.우리가 원하는 선진사회란 균형과 조화가 있는 사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식의 균형과 조화가 우선돼야 한다. 황우석 스캔들을 보면서 한번은 PD수첩에 집단적 조소와 비난을, 또 한번은 황우석 교수에게 집단적 조소와 비난을 보내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매우 부끄럽고 위험하다. 우리는 언제든지 거짓된 정보에 의해 무섭게 집단화되는 비이성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는 역동적 평형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자. 인체는 소우주라 하지 않던가. 우리 안에 우선 그러한 균형과 조화가 있을 때 세상은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체는 건강하고 허우대는 멀쩡한데 생각하는 것은 유치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을 볼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허탈했던가.이철우는 1960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한탄강이라는 수계(水系)를 기반으로 한 지역운동단체인 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17대 국회의원이 됐으나 검찰의 블랙 코미디 같은 선거법 위반 적용으로 1년 만에 지역운동가로 돌아갔다. 그는 앞으로 정치의 밖에서 정치 내부와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저서로는 동화집 <백두산 호랑이>, <한탄강에 서면 통일이 보인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