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내를 걷다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우리와 다른 것이라곤 피부색이 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 흔히들 이들을 가리켜 이주 노동자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술을 배워가는 자격으로 체류 중인 산업 연수생이다. 현재 양산 관내에 약 3천 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각 국적별 비율은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고 베트남, 중국, 스리랑카, 네팔, 우즈베키스탄과 태국의 순서다.'양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통해 도움을 받으며 교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약 10~15% 정도. 이들은 모두 양산 지역에 있는 공단에서 일하고 있고 종사업종은 일반인들이 기피하는 일명 3D업종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인종적 편견, 임금체불, 인권유린, 불법체류자라는 불안한 신분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국내 노동자들과 동등하게 대우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국내 노동자에게 조차도 '법 따로 현실 따로'인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그 보다 앞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시선 바로잡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한국에 온 지는 5년, 양산에 온 지는 1년이 되었다는 파키스탄의 라나 씨. 한국땅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곳은 바로 서울이었고 대전과 조치원, 부산을 거쳐 옮겨 온 곳이 바로 지금의 양산. 부산에서 체불된 임금을 못 받았던 것이 작년 이맘 때였다. 어머니가 위독해 고국으로 귀국하고 싶었지만 최소한의 여비도 없었던 라나 씨는 돌아갈 수 없었다. 노동부를 통해 진정을 냈지만 업주는 준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체불임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여비를 마련할 돈만큼만 지불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마지막 임종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 아프다는 사연을 털어 놓았다. "사장님 막 욕했어요. 어머니 가실 때 못봐서 정말 슬펐어요. 그래도 다른 한국사람 착해서 좋아요"양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의 이지연 사무차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이 사무차장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할 만큼 제도적인 개선 없이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산업 연수생들의 비애입니다. 사업주와 외국인 노동자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의 시선입니다. 그들을 우월감이나 경멸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었음 합니다. 그들도 정당하게 일을 하고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