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답답하다. 국회의원이 똑바로 일을 하지 않아도, 형편없는 품행으로 이목을 끌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A/S도 되지 않고, 반품은 꿈도 못 꾼다. 혹시 해서 국회 윤리위원회를 바라보지만, 들려 오는 소식은 ‘제 식구 봐주기’수준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직접 ‘손봐주는’방법밖에 없다.국민소환제란 방법이 있다. 유권자가 부적격 국회의원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투표로 파면시킬 수 있는 제도다. 선거철에는 정치인들도 국민소환제를 입에 올렸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은 모두 공약으로 국민소환제를 내걸었다. 하지만 20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이같은 침묵을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이 깼다.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 그가 준비 중인 법안이다. ‘A/S’절차는 이렇다. 일단 국민 소환 대상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거나 헌법 46조에 규정된 청렴의 의무 등을 위반한 국회의원, 그리고 직권남용이나 직무 유기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된다.해당 지역구 투표권자의 1/10 이상이 서명하면, 국민 소환 절차가 본격 가동된다. 주민 1/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고,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면 해당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다만 소환 발의와 서명 요청 활동은 소환추진위원회에서만 할 수 있는데, 무분별한 소환을 막기 위해 변호사·법률가·학자·시민단체 등 전문가 집단으로 꾸려지게 된다.김 의원은 최근 <여의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이나 총리보고 물러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능을 부여받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국민이 직접 통제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2월 임시국회 상정을 목표로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또 “이제까지 재판을 질질 끌다 보면, 임기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다음에 소환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판결 이전에도 소환할 수 있다.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소환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해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소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형식적인 제도 도입이 아니라는 것이다.국회의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의원들은 “뜻은 좋지만, 현실은 다르다”거나 “임기 보장이 되지 않으면, 의정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물론 정쟁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요건을 명확하게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겠냐. 유권자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보궐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보다 당연히 짧다. 그럼 이것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냐”면서 “위헌 요소는 없다고 확신한다”고 대답했다.‘국회의원의 지역 활동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국민소환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의견에 김 의원은 “국회의원의 주된 직무는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며, 행정부를 감시·감독하고 공정하게 예산을 분배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지역 행사에 빠져 서운하다고 국민소환제를 발동할 주민이 있겠느냐”고 가능성을 일축했다.김 의원은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찬성 의사를 밝힌 초선의원도 많고, 참여연대나 YMCA 등 시민단체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이 형성된다면 충분히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그러나 김 의원은 법안 발의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현재까지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정국이 한나라당 장외 투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탓에 국민소환제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의원들이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의원의 의미 있는 시도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여의도통신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