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 마흔 여덟 비구니 지율스님의 몸무게다. 어린 아이도 아닌 어른의 몸무게가 28.3㎏이라면, 그 육신은 시나브로 사위어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38일, 40일, 58일, 100일… 2003년 2월5일부터 시작한 단식이 지난해 2월 3일 네 번째 100일 단식으로 끝을 맺는가 했더니, 스님은 또 다시 100일을 넘게 곡기를 끊고 있다. 아마도 그는 천혜의 보고인 천성산 밑동을 뚫는 일을 막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했나 보다.이녁의 몸을 내놓더라도 그것이 천성산을 살리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고속철 천성산 관통이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오늘, 한 비구니의 단식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율스님이 한사코 지키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천성산대책위원회와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연석회의는 지난 16일 지율스님이 입원해 있는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율스님이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사회에 전하려 했던 메시지에 귀기울여 달라”고 요구하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호소의 반향은 차갑기만 하다. ‘생떼 쓰는 비구니의 요구를 들어주자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야 된다’며 애써 귀를 닫으려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이 진정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면 목숨을 걸고 절규하는 한 비구니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러는 지율스님이 막무가내로 고속철공사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스님은 ‘다만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한 번이라도 해 달라’는 애절하다 못해 안타까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육신이 마르고 말라 마른 가랑잎처럼 된 스님을 두고 ‘정말 단식을 한 것이 맞느냐’며 비아냥거리기는 해도 그가 세상을 향해 호소하는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는 찾으려하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힘겨운 표정으로 누워 있는 몸무게 28.3㎏의 비구니를 살려내는 일은 우리들 모두의 몫이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명절이 결코 명절일 수 없는 이웃이 있는 것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는 일이다. 설을 앞두고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양산지방노동사무소 관할 구역인 양산, 김해, 밀양 지역에서만 409개 사업장의 693명이나 된다고 한다. 손에 아무 쥔 것 없이 명절을 맞아야 하는 근로자나 일을 시켜놓고도 임금을 주지 못하는 영세사업자나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산지방노동사무소가 설을 맞아 체불임금으로 고생하는 관내 노동자들의 생계 및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지도·감독활동을 강화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소 해결의 기미가 엿보이지만, 문제는 일자리가 없어 아무 번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얼굴을 활짝 펴는 이웃들을 보며 한층 더 마음이 쓸쓸하고 울적해질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은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들의 몫이다. 또한 낯선 나라에서 명절을 맞는 외국인노동자들도 우리가 거들떠보아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설날이 되면 모처럼 먹을 것도 넉넉하고 마음도 한껏 풍요로워 진다. 따라서 이번 설날은 내 가족, 내 친척만이 아닌 이웃과 두루 즐겁게 보내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으나마 따뜻한 정성이 담긴 선물도 마련해 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명절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일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