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잡다한 것들의 집합이다. 생활의 묘가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제대로 쓸 줄도 모르고 처리할 줄도 모르니 잡동사니들이 늘어갈 뿐이다. 마음먹고 정리할 요량으로 서랍장 앞에 앉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별 소득 없이 몇 가지 버리지도 못하고 다시 넣어둔다. 그 중에 십원짜리 동전들은 엄연히 화폐이면서 화폐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듯이 생각되니 희한한 일이다. 여기 저기 서랍이나 책꽂이 사이사이 보이는 대로 두었던 것들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으니, 십원짜리가 쓰이기는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백원짜리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정인데, 십원짜리 동전을 무엇에 쓰려고 알뜰하게 모으겠는가. 십원짜리 동전. 문득 가슴 아픈 시 하나. 쩌릿하게 지나간다.
오늘 낮, 차들이 오고 가는 큰길 버스 정류장에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길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육중한 버스가 멎고 떠날 때
차바퀴에 깔리던 동전 하나
누구 하나 허리 굽혀
줍지도 않던
테두리에 녹이 슨 동전 한 닢
저녁에 집에 오니 석간이 배달되고
그 신문 하단에 1단짜리 기사
눈에 띌 듯 띄지 않던
버스 안내양의 조그만 기사
만원 버스에 시달리던 그 소녀가
승강대에서 떨어져 숨졌다는 소식.
김명수, <동전 한 닢> 전문
"오라이"를 힘차게 외치며 육중한 버스를 움직이고 멈추게 하던 여자 혹은 소녀.
당시 교통법규에는 승객들이 다 타고 나서도 얼마 이상 서 있으면 교통 위반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내양이 탔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출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그 시절. 만원 버스에 매달려가던 그 시절의 버스 안내양.
그 안내양의 죽음이 십원짜리 동전 한 닢에 비유되면서 독자의 가슴을 아릿하게 한다. 나는 그들의 존재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말할 이론적 배경이 없다.
지금은 사라진, 추억 속의 그녀들.
TV 드라마에서 언제나 씩씩하게 "오라이"를 외치며 사라지는 조연들.
1단짜리 기사가 좀 덜 슬펐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배정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