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민신문을 말하기 전에 다른 동네 이야기부터 하기로 하자.얼마 전의 일이다. 한 시사 주간지에 보도된 설문조사 기사가 지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전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전문가 그룹 500명에게 ‘어떤 언론 매체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다고 보느냐’고 물은 뒤 그 결과를 등수까지 매겨서 보도한 시사저널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대전일보, TJB, 대전MBC, 대전KBS,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충청방송(CMB), 디트뉴스24, 홍성신문, 대전연합뉴스, 대전극동방송 순으로 ‘성적표’가 발표된 이 기사에서 필자가 특별히 주목한 매체는 따로 있다. 각각 8위와 9위에 랭크된 디트뉴스24와 홍성신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이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2001년 8월 창간돼 ‘대전 충남의 오마이뉴스’로 불려온 디트뉴스24에선 ‘틈새시장 공략’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 매체는 침묵의 카르텔 관행을 깨고 매체간 비평을 다루었는데, 이는 지역 내의 다른 매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였다. 그러나 정작 필자가 주목한 것은 홍성신문이다. 사실 기초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홍성신문은 광역자치단체를 취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다른 언론사와는 애초부터 ‘체급이 다른’ 매체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전문가들은 ‘지역신문의 원조’로 불려온 홍성신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풀뿌리 언론의 성공 비결은 따로 있지 않을 것 같다. 모름지기 지역언론의 사명이 힘 있는 단체장이나 유지의 동정만을 싣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민을 주인공으로 여기고 그들의 일상을 밀착해서 다루는 것이라는, ‘작지만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꿈으로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부친이 타계하자 한 주민이 장례식장에 설치된 영정 옆에 부친기사가 큼직하게 실린 지역신문을 놓아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새롭고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양산시민신문이 2년 연속으로 지역신문발전기금 선정 대상에 오른 것을 계기로 우리 양산이 전국적인 새로운 풀뿌리 운동의 메카로 떠오르기를 기대해 본다.그렇다. 지역적 토대가 없는 변화는 ‘모래 위의 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풀뿌리는 나눔과 연대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풀뿌리는 더 이상 중앙의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존재로서의 ‘변방’이 아니라 변화의 새로운 실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최전선’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양산시민신문이 지역신문발전기금 대상에 선정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양산시민신문을 힘찬 날개 삼아 양산의 도약을 다짐해 보자.정지환 / 여의도통신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