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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새해 헐어 벌써 한달
사회

새해 헐어 벌써 한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2/10 00:00 수정 2006.02.10 00:00

병술 새해엔 집사람이 대구에 빵 가게를 내면서 시작한 별거 아닌 별거 생활 6년을 청산하고 가족 넷이 한 집에 살게 된다. 집사람이 빵집을 처분하기로 한 것이다.

큰놈, 작은놈 학교, 학원 보내고 난 다음 집사람이 청소 끝내고 큰놈 침대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다. 커피 두 잔 태워 가며, "설, 설 하더니 설 연휴 벌써 끝나 하마 2월이네" 했더니, "그러고 보니 새해 헐어 벌써 한 달 썼어" 한다.

"한 해만 그럴까. 10년도, 한 평생도 지내놓고 보면 잠깐일 거야"

"난 '청춘을 돌려 놔 다오.'하는 사람 젤 보기 싫어. 돌려 달라는 말은 청춘일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말이잖아. 살아야 될 그 때 제대로 못 산 사람이 그 시절을 돌려받으면 어떻게 할 건데.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돌려받았다고 해서 달라질까. 지어 먹은 맘 삼일 견디기 어렵다고 했어. 돌려 받아봐야 똑 같이 살 사람이야. 지금 당장이나 잘 살라고 해"

"알았어. 내가 그런 말 한 것 아니잖아. 하지만 난 한 번 더 살았으면 좋겠네"

"지금 사는 삶, 전생이 있었다면 전생에 살았던 것과 뭐 다를까? 아마 당신 타고난 성품 바뀐 것 아닐 건데. 전생에도 똑같았을 거야. 학교에서 중간, 기말고사 원안 제출 빠듯하게 마감 맞추어 하는 것 퇴직할 때까지 바꾸기 어려울 거고, 원고도 마감까지 빠듯하게 내는 것 글 연재 끝날 때까지 늘 그럴 거잖아. 내생이 있어 다시 태어나도 그 버릇 바꾸기 어려울 거야"

"하하하, 그건 그래" "똑 같이 살 거면서 다시 태어나면 뭘 해?" "그래도 사는 것 안 좋아?" "맨날 똑 같은 삶 싫어. 난 죽고 나면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태어나지 않으면 뭘 할 건데?"

"뭘 하긴 태어나지 않았는데 뭘 해. 그냥 이런 삶 안 살아 좋지" "내가 당신에게 참 잘 하지 못하고 있구나" "그런 뜻이 아니야. 맨날 똑 같은 삶이 싫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잖아"

"뭐가 미안한데?" "당신 재미있게 살도록 해 주지 못해서"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인데 당신이 어떻게 날 재미있게 살도록 해 줘? 내 삶은 내가 사는 거야

"맞어.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이지 뭐"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끼니 거르지 말라는 주말에야 보는 아내 말대로 가끔은 된장찌개 한 뚝배기에 정성을 들인다 // 된장찌개 맛은 된장 맛이다 // 뚝배기에 들기름과 올리브유를 섞어 두르고 / 통깨와 된장을 넣고 / 자작자작 볶다가 납작썰기 한 무 / 조갯살을 몇 점 넣고 굴린 다음 / 미리 준비해 둔 멸치 육수 붓고 / 한소끔 끓이다가 / 거품 걷어내고 어슷썰기 한 대파 넣고 / 한소끔 더 끓인 후 / 숭숭 썬 청량고추 다진 마늘 넣고 / 뚝배기 채 식탁에 올려 / 흰밥 한 그릇 / 콧등 땀 훔치며 비운다 / 된장찌개에서 된장 빼면 뭐가 될까 // 다듬고 썰고 지지고 볶고 끓인들 / 사랑 빼면 우리 뭐가 될까
졸시 <된장찌개> 전문

 
TV에서 50대 젊은(?) 시어머니가 못 볼 것 봤다고 호들갑이다. 신혼 재미가 깨를 볶는 아들이 사랑하는 며느리를 업고 제 방 안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본 것이다.

"남들이 이 모습 보면 뭐라 할까? 우리 애들이야 익숙해서 괜찮겠지만" 깃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등에 업힌 아내가 얼굴을 파묻으며 한 마디 한다.

"집사람이 노망났다 해"

"새해 헐어 벌써 한 달이듯 남은 날 순간이겠지? 그래도 살아 있으니 이렇게 좋잖아"

문학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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