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표절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미 문화, 경제, 정치, 예술,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절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가 연극 <키스>의 주요 대사를 허가없이 표절했다며 희곡을 쓴 교수가 상영가처분신청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중문화계에서는 표절에 관한 논란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곡 발표 이후 특정가수의 팬과 안티 팬들이 벌이는 논쟁은 이미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대중에게 쉽게 개방된 대중문화의 경우 표절 여부가 공론의 장에 쉽게 오르는데 반해 학술계에서 일어나는 표절 여부는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술논문 표절,
평가할 전문 기구 부재 또한 학술논문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나 문화관광부, 과학기술부 등 관계 부서에서도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전문기구를 두고 있지 않아 표절 여부를 증명할 공신력있는 기구가 부재한 상태이다. 결국 이해당사자인 교수나 대학당국의 의지에 따라 진상규명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부가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윤리 가이드 라인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이해가 걸려있는 당사자들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객관적인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논문 조작, 표절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 학계의 낡은 논문 관행이 1차적 원인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지식 탐구에 대한 관용이 역설적으로 '파렴치한 학문'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논문을 재탕하는 자기복제식 논문과 공동저술 및 연구자료에 대한 포괄적인 허용은 비슷비슷한 논문이 양산되는 행태를 반복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물론 배경에는 논문편수만을 교수의 성적으로 보는 획일적인 평가와 특유의 성과주의가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낡은 학계 관행,
'이제는 고쳐야' 자성의 목소리
한편 낡은 논문관행에 대한 학계의 자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행정학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자체 윤리헌장 및 표절 규정을 마련했다.
행정학회의 규정에 따르면 표절을 "고의적으로나 또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타인의 지적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표절의 경중에 따라 ▶행정학회보 5년 이하의 투고 금지 ▶인터넷 행정학회보에서 논문삭제 ▶행정학회 홈페이지 및 표절이 확정된 이후 발간되는 첫 행정학회보에 표절사실 공시 ▶표절가담자의 소속기관에 표절사실의 통보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표절을 표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낡은 학계의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가운데 한국행정학회의 표절 규정 제정은 참신한 자정의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온라인을 통한 정보의 공유로 '복사'의 무제한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 표절 논란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무형의 재산인 지적재산권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벗고 적극적인 자세로 표절 시비를 종식시키는 각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21세기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