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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한균의 <우리 사발 이야기> 날개 훨훨..
사회

신한균의 <우리 사발 이야기> 날개 훨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3/03 00:00 수정 2006.03.03 00:00
발간 10개월 만에 1만부 판매 / 9월엔 일본어판 발간 예정

물레 앞에 앉아 그릇이나 빚고 있어야 할 한 그릇장이가 쓴 책 한 권이 서점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책은 우리 고장 하북면 통도사 부근에서 사기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한균씨가 지난해 5월에 내놓은 <신한균의 '우리 사발' 이야기>(가야넷 펴냄).

서점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을 때부터 날개를 달았던 이 책은 출간 10개월이 채 안 된 현재  벌써 1만권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 이야기도 아니요, 눈물샘을 자극하는 통속소설도 아닌 한갓 그릇 이야기가 이처럼 독자들의 눈길과 손길을 붙들고 있다니 화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신한균의 '우리 사발' 이야기>는 최근 교보문고 집계에서 인문 분야 7위에 올랐으며, 영풍문고에서는 5위에 랭크됐다.  현재 3쇄(1쇄당 4000권)까지 발행한 출판사 가야넷 측은 추가 인쇄를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이 초판도 소화하지 못한 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국내 출판시장의 현실과 인문ㆍ예술 분야의 서적이 유독 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사정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우리 그릇 이야기>의 판매기록은 꽤나 경이로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면 어찌하여 이 책이 눈썰미 있는 독자들로부터 그토록 사랑을 받고 있는 지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된다. 

"조선사발이'막사발'이라고?" 책을 쓴 사기장 신한균씨는 책의 들머리에서부터 우리 조선사발은 제멋대로 구운 막사발이 아니라는 것을 힘주어 말한다. 우리 전통의 조선 사발을 최초로 재현해 낸 도예가 신정희 옹의 맏아들이기도 한 저자는 예술미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사발이 일본인들에 의해 한낱 막사발로 홀대받는 것을 참지 못해 10여년 전부터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규장각의 고문서를 뒤지기도 하고 일본의 미술관을 찾고 그곳의 개인 소장가들을 만나는 등 '막사발'로 불리는 우리 그릇의 '뿌리 찾기'에 온 열정을 다 바쳐 마침내 그릇이 아닌 책을 빚어낸 것이다.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선 사발들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사기장의 애정 어린 눈길을 만나게 된다. 535쪽,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특유의 '하오체' 문장으로 마치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듯 글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기가 참으로 편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사발들의 진기한 사진 400여 장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은 오는 9월 일본어판을 발간할 예정이라는데 '조선 사발'을 '볼품없는 막사발'이라고 했던 일본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장삿속이 밝은 일본의 유수한 출판사들이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니, 올 가을에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사기장 이야기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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