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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사회

[교단일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3/03 00:00 수정 2006.03.03 00:00

학교에서 3월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라 무척이나 바쁜 달이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일년 할 일을 이 3월에 다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3월에 새로운 시작을 한다. 진저리가 날 정도로 학교가 싫은 아이들마저도 모든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생활에 의욕을 가질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 오래 있어 보면 3월은 바쁘기만 하고 너무 빨리 가버리는 달이 된다. 아이들은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바뀐 선생님들의 지도방식에도 적응해야 하고 같은 반이 된 아이들과도 사귀어야 한다.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교재 연구, 업무 파악, 아이들 신상 파악 및 상담, 학교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 조사 등 온갖 잡무들을 처리해야 한다. 제대로 준비해서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시작되고 난 뒤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이러다 보니 오랜 경험과 노련함을 갖춘 교사들은 일을 척척 해내지만 그렇지 못한 새내기 교사나 2~3년차 교사들은 따라가기에 급급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답답하기는 교사들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답답하다. 학교생활에서 무엇을 목표로 삼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준비보다는 물건을 구입하는 일만큼이나 단순한 일을 준비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 특히, 학교에서 새내기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반편성 고사는 치면서 정작 새내기들에게 고등학생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해주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뒤바뀐 느낌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와 다르게 우리 집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을 하는데 벌써 유치원에 두 번을 갔다 왔다.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미리 가서 체험을 해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유치원이 어떤가를 미리 경험하는 것이 되고, 부모에게는 아이가 생활할 환경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들도 여러 차례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해서 스스로 올바른 대학생활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을 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실정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고등학교 시절은 정말 어려운 시절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 성적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라면 좋은 성적만 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성적만을 강조하는 생활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힘들기만 하다. 그래서 공부는 잘 해도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잘못된 습관과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학교에서 ‘성적’을 잘 받을 준비를 하기보다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준비를 했으면 한다.

유병준교사 / 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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