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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씨 뿌려 놓으니 새싹 돋아나듯이..
사회

씨 뿌려 놓으니 새싹 돋아나듯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3/10 00:00 수정 2006.03.10 00:00

금강산 여행을 가기 전날 나는 한 사람의 부음을 들었고, 그보다 사흘 전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2박 3일의 여정을 끝내고 남측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였을 때의 감격. 무사귀환. 여기서 말하는 무사귀환은 '억류'로부터가 아니라 '벌금'으로부터의 무사귀환을 말한다.

첫날, 남측출입국사무소를 지나서부터 버스에 동승한 안내원(일명 조장이라 불리는)은 내내 주의 사항만 전달해 주었다.  그것을 위반할 시에는 항상 10불에서 100불까지의 벌금이 있음을 주지시켰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관광증을 분실하거나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역력했다.  평소 쓰던 등산 배낭 속에 쌍안경이 들어 있는 지도 모르고 가져왔다가 쌍안경을 압수당한 일행을 보자(기본 벌금이 10불에서 50불) 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나쁜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금강산 여행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할 말이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체제나 이념의 문제는 모두 다 접어두자.

나는 내 눈에 금강산을 찍어 두려고 애를 썼지만, 솔직히 설악산이나 천성산이나 별달리 차이가 없는 그냥 무덤덤한 산으로만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운 금강산>은 가 볼 수 없을 때에 부르는 노래이니까.

이제 멀지 않았으리라. 그들이 한반도 기를 흔들며 "통일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외치던 그 날이 멀지 않았으리라.

실제로 그 장면을 보면 다들 눈시울이 젖는다.
나의 국적이 대한민국이어서 그럴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을 뿐이다.  미확인 정체불명의 분노와 연민은 다 접어두고, 구룡폭포에 쏟아지는 봄볕이 우리의 미래임을 노래하고 싶다.
 
나는 태어난 아이의 고모가 되고, 동시에 떠난 어른의 큰며느리의 언니 되는 사람이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 새로이 누가 태어나듯이 헤어진 이들은 다시 만나기 마련이라는 고전적인 결말을 믿을 뿐이다.
 
씨 뿌렸더니
여기
여기
저기 좀 보소
 
어제는 누가 흙으로 돌아가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태어나
이 세상 만년 파릇파릇 새싹이구려
 
결국 여기서는
나에게까지
나에게까지
급한 물에 떠내려온 나에게까지
곡식 익은 뒤의 추위 가운데
사랑밖에 없다
 
저기 저기 좀 보소
고은 <새싹> 전문

 
봄이다. 씨 뿌려 놓으니 새싹 돋아나듯이 우리의 미래도, 희망도 돋아나리라.
오직 사랑으로 그 싹 풍성히 잘 자라리라.

배정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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