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사탕바구니를 한 아름 안고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마다 2월과 3월 어느 날 초코렛과 사탕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 보기 좋은 풍경임에도 초코렛ㆍ사탕업계에서 펼치는 얄팍한 상술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뭐 그리 나쁘겠냐만은 특정 날이면 과도하게 넘치는 선물공세가 왠지 내용없이 형식만 남은 것처럼 느껴져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관행이란 관습적인 모든 행동을 말한다. 일정한 지역이나 집단에 있어서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관행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동의 기본적인 잣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관행 탓에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공천로비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오근섭 시장은 국회의원들에게 돌린 그림이 시의 관행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논문표절 논란에 휘말린 윤장우씨 역시 본 저작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연구자료 공유를 허용하는 우리나라 학계의 논문 작성 관행의 덫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관행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문제점을 쉽게 깨닫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관행이라면 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한 국회의원들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책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옛말처럼 어려운 시절 학문에 대한 열의를 보호하기 위해 내려온 말 역시 사회에서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관행이다. 하지만 관행이 목표와 내용을 잃어버리고 형식만 남았을 때 우리는 좋은 관행과 나쁜 관행을 구분할 수 있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비단 물질적인 선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갈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공동의 성과물을 나 홀로의 것인양 시치미 떼는 것 또한 정당한 일은 아니다. 나쁜 관행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내용이 새어버리고 껍데기인 형식만 남았을 때 관행은 사람들의 의심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제 선거를 앞두고 비단 후보자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행이 내용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조심스레 들여다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