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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콩나물시루 학교 급식소에서 밥 먹기..
사회

콩나물시루 학교 급식소에서 밥 먹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3/31 00:00 수정 2006.03.31 00:00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군복을 받았는데 너무 작거나 크더란다. 그래서 바꿔 달라고 했더니 옷이 몸에 맞지 않으면 몸에다 옷을 맞출 것이 아니라 옷에다 몸을 맞추라고 했단다.

또, 키가 작은 병사가 상급자에게 경례를 하는데 상급자가 그 병사더러 왜 그렇게 키가 작으냐고 물었더니 그 병사는 ‘예, 시정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상황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고 비인격적인 문제 인식과 해결 방식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끔씩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학교 급식소에 관한 문제가 그렇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교 급식소가 좌석이 전교생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60분 정도의 점심시간에 천 명의 학생들이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면 가능한 일일까? 그래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학교들은 학교 실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가능한 방법을 마련해서 점심시간에 아이들 밥을 먹이고 있다. 

학년별로 시간을 달리하여 순서를 정해서 밥을 먹기도 하고, 시간을 좀더 늘려 동일한 시간대에 학년별로 밥을 먹기도 한다.  심지어는 반별로 급식을 배달해 교실에서 먹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불편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쉽게 말하기 어렵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밥을 먹는 시간대를 피해 밥을 먹기 위해서 4교시 수업이 꺼려지고, 학생들은 4교시 수업이 마치자마자 급식소로 줄달음을 쳐야 한다. 거기다 교사들은 급식지도에 나서야 하고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자리를 빨리 비켜줘야 하기에 빨리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모두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러니 학교 급식소에서 여유 있게, 우아하게, 품위 있게,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는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급식소의 풍경이 아수라장 같다는 말을 하니, 누군가는 조금 지나면 훈련이 돼서 별 문제가 없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천 명의 전교생을 3~4백 석 규모의 급식소에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거기서 일어나는 문제는 순전히 교육의 문제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의식의 문제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오늘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콩나물시루 같은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밥 먹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해 본다.

 

유병준 교사 (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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