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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고문] 지율스님을 만나다..
사회

[기고문] 지율스님을 만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3/31 00:00 수정 2006.03.31 00:00

지율 스님이 지난 주 전화를 오랜만에 해오셨다. 부산에 내려오셨다는 얘기는 일찍이 듣고 있었지만, 건강이 어떠신지 몰라 연락을 못 드리고 있었는데 마침 연락을 해오셨다.

일과를 마치면 부산으로 한번 들러달라셨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니 더 이상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한 마리의 도롱뇽이 갖는 생명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질 줄 아는 이 시대의 진정한 생태주의자 지율,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인 줄 알면서도 옳음을 위해 쉼 없이 전진할 수 있는 진정한 용맹을 갖춘 지율,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내 삶의 부대낌이 힘겹다고 생각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계속 나를 자극하고 버티게 해주며 운동의 진정성이란 어떤 것인지를 일러준 진정한 사표 지율, 나는 그런 지율 스님이 있어 여전히 칼날같이 날을 세우며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곤 한다. 

지율 스님의 자신을 내던진 진정한 생명운동은 결국 승리를 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성공을 동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하는 말이다.  스님이 그동안 목숨을 걸고 줄기차게 벌여왔던 생명운동은 이제 생명의 진정성에 대한 화두가 되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초록의 공명으로 울려 퍼지고 있으니 스님의 투쟁을 어찌 승리하지 못한 한낱 부질없는 몸부림이라고 하겠는가.
 
나를 만난 지율 스님이 내게 미안한 듯 부탁을 하나 더 하신다.

"환경영향평가가 불완전하고 불만스럽게 이뤄지긴 했지만 일단은 만족해야 하지 않겠는가. 단지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사 항목이 수량평가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것 하나는 꼭 더 해야겠다. 그러면 후회 없을 것 같다. 자동으로 하는 수량측정기가 너무 비싸니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일일이 매일 매일을 체크하여야 하는데, 팀을 짜서 수량조사를 했으면 한다. 선생님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에서 사람들을 좀 모아줬으면 한다."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계신 참 생태주의자 지율 스님의 부탁을 어찌 거절할건가. 얼른 그러마고 말씀드렸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뭐 별다른 게 있겠는가. 마음 나눌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다.

지율 스님의 발목은 내 손목보다도 더 야위었고, 여전히 스스로 두 발로 걷기는 힘들어 하시는 스님의 앉은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의 생태적 수준이 여전히 앉은뱅이임을 절감한다.

이헌수 /도롱뇽소송양산시민행동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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