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4일, 경찰서장 집무실을 들러 취임 한 달을 맞는 이갑형 서장을 만났다. "양산은 미국의 텍사스와 같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끊임없는 발전과 변화 속에 역동적인 힘이 솟구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양산은 제 스스로 자원을 해서 왔는데 산수가 빼어나 예부터 많은 인재들이 배출된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무척 행복합니다"
1954년 5월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국민대 법학과와 부산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이 서장이 경찰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81년 8월 29일, 특차간부후보로 임용돼 경위계급장을 달면서부터다.
"저는 '경찰은 현장'이라는 신념으로 현장위주의 치안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양산서장으로 취임해 와서 가진 첫 확대간부회의도 중앙지구대에서 가졌고 지휘부의 권한도 대폭 현장으로 이양했습니다. 이제는 지난날처럼 책상머리에서 지시만하는 지시일방도의 행정은 벗어던져야 합니다. 현재 경찰의 하급직 구성원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들입니다. 이들에게 동기부여만 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간부직보다는 경찰조직의 근간인 하급직 경찰관들과 어울리기를 즐긴다는 이 서장은 '수평적 의사소통구조'를 확립하고 계급이나 직급보다는 일과 역량에 더 큰 역점을 두겠단다. 따라서 취임 이후 경찰서 구성원들간의 화합을 강조해 왔다.
"양산은 부산과 울산, 밀양, 김해 등지와 인접해 있는 지역적 특성상 범죄자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곧바로 다른 시ㆍ도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여행성 범죄'가 많은 곳입니다. 이런 치고 빠지기식 여행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이 빠져나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요. 그러나 사람과 물류이동이 빈번한 곳이라 단속보다는 소통을 돕는데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단속보다는 소통을 강조하는 이 서장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철저한 예방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범죄를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범죄를 막는 지름길도 각급 학교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경찰이 앞장서야 하겠지만, 경찰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찰과 시민, 학교가 손을 잡고 공동대응방안을 찾아야 하겠지요. 지금은 협력치안의 시대입니다. 경찰이 시민들의 협력을 받지 못한다면 결코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찰이 보다 겸손한 자세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이 서장은 이제는 경찰도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기업의 경영철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우리 공직사회가 공급자중심의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치안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중심으로 바꾸어야한다는 지적이다.
나 하나를 희생하더라도 시민 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이갑형 서장이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나갈 활약상이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