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민속옹기박물관’으로 불리는 ‘양산대학 민속박물관’이 ‘양산사랑 시티투어’를 비롯한 양산지역의 각종 문화유적 탐방 코스에 단골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관내 초ㆍ중ㆍ고생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학생들 대부분은 한번쯤 관람해 봤을 정도로 이곳 ‘민속옹기박물관’은 널리 유명세를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박물관은 한국민속품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과 이 대학과 자매결연 관계인 일본, 중국 등의 외국대학 관계자나 학생들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다. 그런데도 바깥에는 두루 알려진 이곳을 미처 모르고 있는 양산시민들도 적잖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사진_진보현 기자 / hyun00blue@ 800여점 모두 각양각색(各樣各色)민속박물관은 양산대학(학장 조병선) 학생회관 2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현관에 걸려있는 민속박물관 현판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곧장 2층으로 올라가면 1백50평의 전시실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옹기들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옹기라는 단일 전시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옹기박물관이다. 모두 100여 종류, 800여점에 이르는 전시품들은 경상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 각 지방 특유의 독을 비롯해 앙증맞게 생긴 양념그릇, 촛병, 등잔들로 저마다 제각각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특히 곡식을 발효시켜 술을 만드는 소줏고기와 물이나 술을 운반하는데 사용한 장군 등 특이한 옹기류도 전시돼 있어 옹기의 다양한 쓰임새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옹기는 이 대학 조병선 학장이 30여년 간 전국을 돌며 수집해 애지중지하던 개인 소장품이라고 한다. 게 중에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희귀한 옹기류도 포함돼 있다. “옹기의 순박함과 투박함, 양반가의 자존심이나 유교정신이 내비치는 아름다움에 매료돼 수집을 시작했다”는 조 학장은 “좋은 옹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천리 길도 마다않고 달려갔다”고 한다. 물론 이들 소장품은 옹기류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옹기들 외에도 각종 토기와 유기, 농기구, 소소한 생활용품들도 제가끔 고만고만한 사연을 지니고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옹기 중에는 높이 97cm, 둘레 160cm 크기의 ‘경기 오지독’과 높이 113cm, 입지름 53cm, 몸통지름 250cm 크기의 항아리를 비롯해 물이나 술을 담아 운반하던 거북모양의 항아리, 각종 촛단지 등이 있어 우리나라가 발효식품 종주국임을 입증하고 있다. 겹오가리(식혜단지), 오단지, 궁텡이, 귀때그릇, 물두멍 등 이름도 가지가지다. 토기류도 목밑에 산형태의 빗살무늬가 특징인 신라 장경호 토기와 토기의 표면에 까만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양념통과 같은 용도로 쓰인 신라시대 홍토기, 주로 선상에서 물독으로 사용하였고 때로는 물고기를 잡아서 저장했던 조선시대 물항아리 등 약 100여점이나 된다. 가마니틀, 디딜방아, 옛 도량형기, 달구지, 절구, 다듬잇돌 등의 농기구와 등잔, 등잔걸이, 받닫이, 찬탁, 퇴침, 알록달록한 조각보 등의 생활용품들도 발길을 붙든다. 2,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쓰던 낯익은 그릇들과 물건들은 반갑기 이를 데 없지만 더러는 듣도 보도 못한 진귀한 것들이어서 좀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한다. 사대부가에서 새 생명이 태어났을 때, 탯줄을 잘라 보관했다는 태통(胎筒) 앞에서는 저절로 옷깃이 여며지고, 어려서 죽은 아이의 시신을 동물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으로 사용했다는 옹기관(독무덤)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대한제국시대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사용했던 인력소방차도 눈길을 끈다. 옹기박물관이라고 해서 그저 김치·된장 항아리들만 잔뜩 모아놓았으려니 생각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이름도 모양도 제각각인 각양각색의 옹기와 선인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옛 생활용품들 앞에서 저절로 탄성을 지르기 일쑤다. 인간이 만든 그릇가운데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옹기는 생활이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가운데 갖가지 형태와 용도로 발전하면서 우리 민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활용구였었다. 그러던 것이 급작스러운 산업의 발달과 함께 마구 쏟아져 나온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류의 신종 그릇들에 밀려났지만, 요사이는 또 다시 옹기그릇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니, 언제 한번 쯤 시간을 내 이곳 민속박물관의 옹기그릇들을 만나보는 것도 그런대로 뜻 있는 일이려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