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를 극복하고 전주 교통방송의 인기 진행자가 된 사람이 있다. 92년 군 복무를 마친 조준모씨는 스물다섯이었다. 청년은 하루아침에 주저앉았다.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인 ‘길리안발의 신드롬’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것이다. 그의 모든 신경은 무너졌다. 자고 일어나자 입이 움직이지 않았고, 하루가 다르게 팔, 다리의 힘이 빠졌다.결국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병상에 누워서 지내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나중에는 말할 기력도 없어 발가락에 방울을 달았다. 간병인을 부를 일이 있을 때는 엄지발가락에 온 힘을 쏟았다. 몇 번이고 힘을 쏟아야 간신히 방울이 울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은 발가락이 움직였으니 내일은 또 달라지겠지’하며 병마와 싸웠다. 그렇게 3년여의 투병과 재활치료를 마치고 그는 다시 일어났다. 98년 결혼식을 올리고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었다. 아직도 걷는게 불편하고 작은 돌부리에도 넘어진다. 그래도 걸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더 나은 발걸음을 위해 도전을 한다.희망은 절망하지 않는 곳에 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곳에서 희망의 실체를 만질 수 있다.미국 애리조나 주의 한 농장에 강렬한 허리케인이 불어 닥쳤다. 허리케인은 집과 농작물 그리고 가축까지 모두 날려 버렸다. 농부는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에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의 농장을 바라보며 털썩 주저 앉았다. 절망에 빠졌다. 그때였다. 무너진 닭장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너진 닭장 밖으로 벼슬이 찢기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수탉 한 마리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러더니 날개를 퍼덕이며 무너지지 않은 담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수탉은 눈부시게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목청껏 소리쳤다. “꼬끼오”주저 앉았던 농부는 이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그도 닭처럼 찢겨진 모습이지만 온 몸의 기지개를 펴며 다시 일어섰다. 행복의 한 쪽 문이 잠기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한다. 절망하며 체념하지 말자.
햇살만 비쳐도 발가락에 힘만 남아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박인서 목사 (웅상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