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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감시와 처벌
사회

감시와 처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5/04 00:00 수정 2006.05.04 00:00

언젠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흡연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화장실 안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흡연하다 적발되는 학생은 퇴학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개인의 가장 내밀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실에까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그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는 하나 그러한 방법이 교육적인가 하는 점에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규범을 어기고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며 매우 구체적이고 상황 의존적이다. 어떤 교사는 부드럽게 타이르고 또 어떤 교사는 엄한 체벌을 통해서 지도하려고 한다. 그 어느 쪽이든 교사들은 결과만을 놓고 지도하기보다는 과정을 이해하면서 교육적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 학교 안의 문제를 바라보면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이 학교의 지도 방식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 더욱 그것을 느끼게 된다. 아파트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경우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은 접점을 이룰 수밖에 없다. 이 접점에서 일어나는 일은 분쟁이 되기도 하고 학교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드러내주기도 한다.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의 문제제기는 다양하다.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고 무단 횡단하는  문제, 통학로 주변 아파트 시설물 훼손, 무단외출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 아파트 주변 공원에서의 흡연 등 열거하면 할수록 학교 교사로서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다.
학교 안에서 또는 밖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제안되지만, 가장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는 ‘감시와 처벌’을 제안한다. 제안된 방법으로써 감시와 처벌은 분명 짧은 시간 동안에는 그 효과를 발휘할 것이나 여전히 교육적인가 하는 논란을 피할 수는 없다.

교육에 대한 학교와 사회의 역할과 책임은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전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교육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규범을 일탈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감시와 처벌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논리는 ‘학교를 기존 질서를 가르치며,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는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거기서 벗어날 때면 어김없이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 정도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유병준 교사 (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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