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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스승 없는 스승의 날
사회

스승 없는 스승의 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5/12 00:00 수정 2006.05.12 00:00

얼마 전 한 영화평론가가 신문에 쓴 칼럼을 읽어 보니 우리 사회에는 더 이상 스승도 선생님도 없다고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지식을 팔고 돈을 받는 교사만 있다는 말이지 싶다. 존경의 대상이 없어졌다는 말일 것 같기도 하다.

스승의 날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스승의 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행사를 하면서 지금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예전 선생님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동료 교사들에게도 물어보니, 어색하고 민망하며 제대로 수업도 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하루 쉬거나 이날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학부모들에게는 직접 물어 볼 수 없어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보니, 촌지를 주고받는 일을 없애기 위해 쉬는 날로 정한 것은 비겁하며, 한편에서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스승이 없는데 스승의 날이 필요가 있는가 하면서 스승의 날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말까지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스승도 선생도 없는데 굳이 날을 정해서 스승으로서 대접하고 대접받을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 이 스승의 날과 관련하여 ‘가르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된 내포적 의미’를 가진 ‘스승, 선생, 교사’라는 말의 의미 차이를 확인하면서 오늘날 교육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벌어질 풍경을 그려보면 아름답지 않다.

스승의 날을 제정한 본래의 목적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정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뿐 아니라 중앙·지방행정기관의 공직자, 국영기업체·정부투자기관·사회단체·일반기업체 임직원 등이 스승 찾아뵙기, 안부편지 보내기, 모교 및 자녀학교 방문하기 등의 운동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한편, 교육에 헌신 전념하는 우수 교원을 발굴하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스승에 대한 존경 풍토를 조성할 목적으로’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르치는 일에 대한 가치와 보람을 느끼면서도 많은 비난과 질시를 받을 것이며, 학생과 학부모들도 그리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가르치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겠다는 많은 교사들은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스승의 날을 특정한 날로 정해서 행사를 하는 일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라면 특정한 날이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병준 교사 (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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