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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고] 문제아에게 이메일 하나 보내는 스승의 날..
사회

[특별기고] 문제아에게 이메일 하나 보내는 스승의 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5/12 00:00 수정 2006.05.12 00:00
한관호 전 남해신문 사장(본지 프리랜서)

양산시민신문에서 스승의 날과 관련한 글을 써 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명사들 인터뷰나 사람을 찾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모범적인 스승상을 보여준 분들이 더러 나온다.

만약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찾고 싶은 스승이 있는가. 학창시절을 떠 올려보니 두 분이 또렷이 기억난다. 한분은 필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 반면 한 분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필자가 나쁜 편견을 갖게 한 분이었다. 

전자의 선생님은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셨다. 어느 날 국어 시간에 혼ㆍ분식을 소재로 글짓기가 있었다. 쌀밥보다 보리밥이 훨씬 좋다는 장려성 글짓기였다.

선생님은 필자의 글을 남해교육청에 내자시며 "너는 글을 잘 쓰니 커서 시인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한마디가 평생 삶의 지표가 됐다. 아직 시인으로 등재하진 못했지만 '죽기 전 시집 한권은 꼭 내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부연하자면 선생님의 그 말씀으로 하여 공부와 거리가 멀어졌던 고등학교 때도 국어 과목 하나만은 점수가 꽤 잘나오게 했다. 시인을 꿈꾸며 소설, 철학서, 역사서 등 꽤 많은 책을 읽게 만들었다. 필자가 가진 700여권의 책들 가운데 절반이 시집이다. 그런 영향으로 대학을 나오지 못한 불리한 조건에서도 기자가 되어 10여년 언론사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기자가 되어 선생님을 찾아뵙고 "초등학교 때 제게 하신 말씀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 덕에 기자가 되었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으나 선생님은 기억을 못하셨다. 이처럼 무의식적인 스승의 말 한마디가 한 인생의 좌표가 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가정사로 하여 아픔이 많았다. 그로 인하여 필자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가 됐다. 그런데 사람을 기르는 학교란 곳조차 어찌된 게 한번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그길로 졸업할 때 까지 낙인을 찍었다.

교실에서 도난 사고라도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억울함을 감수해야 했다. 2학년 9월 무렵, 다른 학교로 전학을 했다. 그리고 대학 예비고사 수준의 아이템플이란 시험을 치렀다. 복도에 예비고사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명단이 붙었다. 석차를 보느라 야단법석인 친구들 틈에 끼여 필자도 명단을 살피고 있는 데 앞에 서 계시던 선생님 왈 "한관호, 저런 놈이 어떻게 점수가 저렇게 높지"

전자의 선생님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후자의 선생님은 아직도 교단에 남아 계신다. 잘 사는 집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걱정 안 해도 제 길을 잘 간다. 오히려 '문제아'로 인식되는 아이들에게 사랑이 필요하다.

선생님, 문제아에게 이메일 하나 보내는 스승의 날,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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