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에서 주요 국사를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한데서 그 뿌리를 찾는다. 하지만 아테네에서도 결국 투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만다.그리스의 민주주의가 사양길로 접어들 무렵을 배경으로 한 희곡 <아카르나이의 사람들>의 한 대목엔 이런 글이 있다.“오늘은 민회의 투표 날인데도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웃 아고라에서 사리사욕을 위해 조잘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붉은 동아줄을 피해 이리저리 돌아 다니면서도 이곳은 한산하다. 저들이 아테네의 평화와 안정을 자신의 그것 이상으로 생각해 보았단 말인가, 아! 나의 조국 아테네는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가?” 이 글을 보면서 문득 우리의 지금은 어떤지 생각해 본다. 투표율 50%, ‘투표일은 놀러가는 날’이런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면, 아테네의 그것과 흡사하지 않나 하는 우려로 걱정이 앞선다. 두말할 나위 없이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참여이다. 참여가 없는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다수결이 아닌 독단으로 의미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정치, 선거에 대한 참여율이 낮은 데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내가 안 해도 되지 뭐?”라는 시민들의 의식이 사회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1839년 미국의 에드워드 에버렛은 단 한 표 차이로 매사츄세츠 주지사에 낙선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선거에서 자신이 투표하지 않아 낙선 됐다는 사실이다. 에버렛은 투표당일 투표참여를 독려하느라 그만 자신이 투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다. 자신의 표를 의식해 이리저리 뛰어다녀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마감 시간인 6시가 돼서야 투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투표소로 달려갔다. 그러나 5분이 늦었다. 결국, 투표하지 못했고 현직 주지사였던 그는 1표 차이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이 이야기는 이번 지방선거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우리에게 투표참여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특히, 유급제의 영향 등으로 후보자가 난립하면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1표 차이로 역사적 사건이 바뀐 예는 이 뿐만이 아니다. 1645년 대영제국은 단 한 표 차이로 올리버 크롬웰에게 전 영국을 다스리는 통치권을 부여 했으며, 1649년 영국 왕 찰스 1세는 단 한 표 때문에 처형 됐다.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 차이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국어로 채택했고 1875년 프랑스는 단 한 표 차이로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는 새 역사를 시작했다. 1923년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 때문에 세계역사를 바꾸어 놓은 나치당을 장악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 때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 기초의원 선거에서 똑같은 득표수를 기록하고도 ‘나이’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신 예가 있으며,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기초의원 선거에서 1표차로 당선된 예 등 지방선거에선 1표차 또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한 표의 가치는 매우 소중하고 크다 할 것이다. 오는 5월 31일(수)은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일이다. 이번선거에서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이 19세로 낮아졌고 일부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면서 참정권의 제도적인 확대를 가져왔다. 이에 우리 유권자들도 소중한 한 표의 의미를 되새겨 투표에 꼭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양산시선관위 황성만 홍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