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보기’한테 너무 관심 갖는 것 같아. 지가 뭐 잘했다고 그렇게 관심 갖고 야단이야. 자율학습 시간에 창문에 매달려 있는 것 본 담당 선생님이 꾸중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꾸중 들었다고 며칠 씩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고, 공부 안 하는 것은 그야말로 반항이지 뭐. 그런 건 오히려 더 심하게 꾸짖어야 하는데 거꾸로 위로하고, 다독거리고, 뭐 하는 것인지 몰라. 그러니 점점 더 말 안들을 수밖에. 수업이 잘 안 될 지경이잖아”“녀석이 너무 아파하니까 그렇지 뭐. 보통이라면 상처 될 말이 아니었는데, 아버지 직업을 거론한 것이 녀석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모양이야. 평소에 밝고 쾌활한 녀석이었잖아. 그런 녀석이 너무 아파하니까 선생님들이 관심 많이 갖는 거지 뭐. 누구든 아픈 곳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법이잖아”“그럼 나도 일부러라도 말썽부려야겠네. 우리 담임 샘이나 다른 샘들 관심 좀 받자면”“유치원생이가. 관심 받으려고 말썽부리게“말썽쟁이에게만 관심 갖는다며”“아픈 곳에 신경 더 많이 쓴다고 했을 뿐이야”“그 말이 그 말이지 뭐”“하하, 그래 알았다.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샘들이랑 그런 이야기했었다. 말썽쟁이 녀석들 다독거리다 보니 평범한 아이들, 뛰어난 아이들이 오히려 역차별 받는 상황이 된 것 아니냐고. 그러니 이제는 평범하거나 잘 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 말썽쟁이들이 ‘아하, 잘하지 못하면 이렇게 관심 받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겠다는 말들이 나오더라.담임 샘이라면 학급 아이들 고르게 잘 조율해야 하는데 모자라는 녀석들에게 너무 많이 신경 쓰다 보니 상찬 받을 아이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생기지 않았다는 말이지. 우리 학교 현실이 아픈 곳이 너무 많아서 상처 돌보다가 멀쩡한 곳 병들 상황이 된 것 같다는 말인데 고르게 조율하는 것 참 힘들다. 상황에 따라 다 다른 법이니 조율 잘 하기가 참 쉽지 않은 일이야”조율이란 가락을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게 고르는 것과 함께 가락과 가사를 또 서로 어울리게 고른다는 말이다.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그리워. // 그냥 갈까 / 그래도 / 다시 더 한 번……. //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 지저귑니다. // 앞 강물 뒷 강물 / 흐르는 물은 /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김소월의 <가는 길> 전문이 시는 7·5 음절과 3음보 율격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행과 연을 기준으로 보면 변화가 보인다. 1연과 2연은 각 행이 한 음보로 되어 있다. 3연은 1행 3음보, 2행 2음보, 3행 1음보로, 그리고 4연은 1행 2음보, 2행 1음보, 3행과 4행 각 3음보로 변주(變奏)시키고 있다. 이러한 음보 배열의 행갈이는 1, 2연을 느린 어조로 읽음으로써 떠남의 아쉬움과 망설임의 갈등을 잘 드러나게 하고 3연부터는 빠르고 느리게 읽는 것을 뒤섞어 떠나기를 재촉하는 외부적 상황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쉬움과 망설임의 갈등이 뒤섞인 정서와 운율이 서로 잘 어울리게 하고 있다.소월이 이 모든 것을 세세히 의식하고 시를 짓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율과 내용이 천연(天然)으로 어울리는 시를 쓴 것이다.사람의 힘에는 한정이 있다. 이 한정된 힘을 어디에 쏟으며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그 힘이 보이는 결과는 다르게 마련이다.상처가 나면 우선적으로 그 상처부터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상처만 치료하느라 멀쩡한 곳 골병들게 방치해서도 안 된다.어떻게 하면 소월이 이렇게 절묘하게 가락과 가사를 고르듯 아이들을 조율할 수 있을까. 천연으로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랑할 수 있을까.문학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