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31 지방 선거도 막을 내렸지만, 모두들 지방 선거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사이에 우리 양산 지역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인, 그러나 지역민들의 주목을 별로 끌지 못하고 있는 의미 있는 재판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바로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도롱뇽 소송’의 최종 선고가 그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1, 2심에서는 기각 판결이 내려졌고 우리 법조계의 보수성으로 미루어 보건대 3심의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재판에서도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비단 천성산만이 아니다. 지난 3월의 새만금 사업 강행 최종 판결에서나 주민투표 형식으로 밀어붙인 방폐장 건설 사업에서나 정부는 늘 밀어붙이기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해 왔다. 이런 막가파식 개발정책은 늘 정부와 고위관료, 이들과 결합한 건설 자본 등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는 참여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난 40여 년간 한국 사회를 근저에서 움직인 성장, 개발, 근대화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마 이런 견해에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그러나 이런 상황의 모든 책임이 오로지 정부나 관료, 건설 자본에게만 있는가?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힘 있는 자들의 논리에 동의한 적이 없는가? 성장위주, 개발위주의 정책이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위로부터 주도되었다 할지라도 이러한 현상이 전체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해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 일반이 개발위주의 정책에 한사코 반대한다면 개발에 관한 그 어떤 구상도 실현될 수 없다. 결국은 우리 모두의 개발에 대한 열망, 개발에 대한 암묵적 동의에 의해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가히 광적이라 할 개발에 대한 맹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난 수십 년 간의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체득한 ‘개발=발전’이라는 일방적인 믿음, 개발을 통한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그를 통한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 가시적인 성과만을 업적으로 삼는 일반적인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다시 천성산으로 돌아와 보자. 지금까지 천성산 터널 공사가 진행된 것은 속도와 효율성이라는 성장, 개발의 논리를 앞세운 채 여론을 호도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나 고속철도공단의 탓도 있지만 이들의 논리에 별다른 저항 없이 동조 내지는 침묵해 온 우리들 다수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주류의 논리에 맞서 개발이 지닌 문제점을 직시하고 더디 가더라도 돌아가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천성산 유량조사단의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일방적인 공사 강행에 맞서 그들의 주장이 지닌 허위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도롱뇽 소송의 정당함을 밝히기 위해 오늘도 그들은 산에 올라 유량측정에 힘을 쏟고 있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렇게 주류의 논리에 파열음을 내는 움직임들이 우리 사회를 개발의 맹신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라 믿는다.때마침 오는 6월 5일이 11번째 맞는 환경의 날이고, 천성산 터널공사 최종판결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이쯤에서 우리 모두 우리가 어느 좌표에 서야 할지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김인수 / 천성산 유량측정 민간조사단원(양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