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택시를 운전하다보니 시민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택시를 타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시콜콜한 가정사에서 복잡다단한 정치 이야기까지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셈이다. 지방선거를 맞이하고 당선자들이 확정될 때까지 손님 가운데에는 무척 선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전혀 선거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나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거나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시장과 시의회가 임기를 시작하기 전 그들에게 바라는 점을 글로 써달라는 시민신문의 부탁을 받고 고민하다 내 이야기가 아닌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들려주는 것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당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손님들을 상대로 여론 수렴(?)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양산’, ‘문화·교육도시 양산’ 등 표어들이 내걸려 있다. 하지만 손님들은 “공장 가동율이 점차 떨어져 상권도 함께 침체되고 있다”며 여전히 경기에 대한 불안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젊은이들은 “갈 수 있는 영화관 한 곳 없다”며 “시장님이 빨리 영화관 하나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삐죽 내밀기 일쑤다. 시민들의 불만이야 하나, 둘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민감한 서민들은 별나라이야기처럼 들리는 정치이야기보다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다독거려주는 ‘친절한 양산시’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