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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사회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6/09 00:00 수정 2006.06.09 00:00

벌써 며칠째 붙어 있는, 다리를 건널 때면 보이는 대형 플래카드. <○○초등학교 △양과 ◆양을 찾아주세요>라는 심인 광고. 행방을 알 수 없는 아이를 찾는 이 광고는 '목격자를 찾습니다'보다 더 절실하고 안타깝다.

왜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마음 놓고 밖에 내 보낼 수 없게 되었는가?

왜 동네 뒷산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간 아이들이 어머니가 지어 놓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편안하게 잠들 수 없게 되었나?

밤늦도록 공부하는 아이가 훌륭한 시민이 되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왜 그날 그날의 귀가를 염려해야 하는가?
 

흉흉한 소문은 끝이 없다.
아이 하나가 사라진 후 며칠 만에 돌아왔는데 신장이 없어졌더라는 소문, 해외여행을 간 여인이 갑자기 사라져 남편이 수소문해서 찾았더니 장기가 하나도 없는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문, 소문, 소문들…

미확인정체불명의 비행접시는 오히려 낭만적이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이곳의 공기가 이리 험악해서야 어찌 뒤통수를 내어놓고 편히 걸어 다닐 수 있겠는가?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가재를 잡으러 뒷산으로 가겠다는 아이를 한사코 말리는 이웃 젊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평화로운 날은 더 이상 없는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런데도 다들 살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풍족하고 편리한 삶이 우리가 바라는 행복의 실체가 아닌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김춘수 시인은 "인간의 심성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진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했다. 우리 인간의 심성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전문
 
이 이 시를 인용한 것은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시의 제목 때문이다. 이 작품이 시인의 출세작이란 것을 모르는 바 아니고, 시인이 지닌 예리한 생의 감각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제목 속에 담긴 풍자적 의도를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시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설하기로 한다.
 
새들마저 세상을 뜨는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우리 모두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갈 수 없는, 각각 자기 자리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적 존재로서, 새들과 이웃들과 소풍 가듯이 세상을 살다 뜰 수는 없을까?

배정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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