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를 (나)로 고쳐 썼다. (나)를 다시 시조 형식으로 표현해 보자.(가)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 좁다란 골목길에 우산 세 개가 /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나)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려 우리 셋은 우산을 쓰고 골목에서 만났다. 그런데 민경이가 멋진 빨간 우산을 자랑하며 가난한 해찬이에게 '너희 집에는 이런 것 없지'라고 말해 결국 둘은 싸우고 말았다. 민경이 우산은 찢어지고 해찬이 우산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나는 두 친구를 말리느라 그들처럼 온 몸이 흠뻑 젖었다. 한참을 싸우고 말리던 우리는 그만 힘이 빠져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서로의 꼴들이 너무 우스웠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씨익 웃었다. '이제 그만 가자, 이 멍텅구리들아'하며 내가 우산을 주워 주었다. 우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우산 셋을 나란히 쓰고 좁은 골목길을 신나게 노래 부르며 걸었다."샘, 고친 (나)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뭐, 문제 아닌 것도 같고.” "괜찮아, 말해 봐.”"민경이 우산이 찢어졌잖아요.” "응, 그래서.”"그러면 골목길에 걸어가는 우산 세 개가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빨간 우산이 되는데 그렇게 색깔 배치하는 것보다는 빨강, 파랑, 노랑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 민경이 우산이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찬이 우산이 찢어지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 노란 우산 많이 쓰기도 하니까.”"하하, 참 예리한 관찰이구나. 말도 조리 있게 하고, 나중에 소설가로 나가도 될 것 같아. 너무 잘 봤다.” "저기, 샘요. 창작은 문예부 아이들만 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한 녀석이 좀 조심스런 목소리로 불만이다."수야, 축구 좋아하지?” "예, 그런데 별안간 축구는 왜요?”"축구를 정말 즐기려면 잘 하든 못 하든 직접 축구공을 쫓아 뛰어봐야 해. 문학 작품 감상 역시 마찬가지야. 글을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잘 하든 못 하든 내가 직접 글을 써 봐야 하는 거야.”불평하던 녀석이 제일 먼저 썼다.
민경이 우산 자랑 두 친구 싸움 났네/ 비 속에 젖은 모습 쳐다보니 우습구나/ 한 바탕 웃고 난 뒤에 우산 셋이 걸어간다.
"샘도 한 번 써 보세요.”
이른 아침 이슬비는 한 빛깔로 내리는데/ 우산 위엔 삼색 비, 우리 맘도 삼색이네/ 흘러서 다시 또 한 색, 우리 맘도 또 한 색
"우와, 샘 좋아요.”"하하, 샘이 쓴 게 아니고 오래 전에 어느 학생이 쓴 것인데 샘이 좀 손을 봐서 고친 거야.”"에이~.”"샘이 쓴 시, 아니 시조 한 편 읽어 주세요.”
수수수 / 솔잎 사이 / 내리는 빗방울 // 투닥 투닥 / 우산 위에서 / 말 / 걸어오네. // 그 소리 / 숲 가득 채우고 / 내 몸 / 드나드네
-졸시 <그 소리> 전문
칠판에 적어 준 내 시는 보지도 않고 저희들 쓴 것 돌려보는 소리와 이 틈에 잡담이나 나누자는 녀석들로 교실 안이 어수선하다. 창 밖에는 이슬비가 아니라 여름으로 깊어지는 소낙비가 내리고 있다. 창문 너머 멀리 건너보이는 산은 빗줄기 속에 뿌옇게 윤곽만 보이고 운동장을 둘러 있는 느티나무 녹음이 짙은 녹색파스텔 톤으로 흐려서 그림 같다.문학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