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땅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남쪽의 김대중 대통령이 북쪽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에 7천만 한민족의 눈이 쏠렸던 2000년 6월, 우리 민족에게 벅찬 감동과 충격을 안겨주었던 6.15 공동선언이 어느새 여섯 돌을 맞았다. 6년 전, 그 역사적인 6.15 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18차례나 장관급 회담이 열렸고, 경제 분야 협력을 다루는 경제협력추진위원회도 12차례 이어졌다. 공동선언 직전인 1999년에 3억3천여만달러이던 남북교역 규모는 지난해 이미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한 해 동안 금강산을 찾은 남쪽 관광객이 30만 명에 가까웠다. 남쪽 돈으로 조성된 개성공단에는 북쪽 노동자 7천명이 일하고 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준으로 진전됐으니, 이만하면 통일의 초석은 깔렸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북한 핵 문제가 여전히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를 바라보는 주변 강대국들의 속셈도 오리무중이다. 무엇보다도 남쪽에서나 북쪽에서나 상대에 대한 불신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강경론자들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6월 말로 예정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무산된 것은 남북관계의 앞길이 결코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인 듯해 입맛이 씁쓰레하다. 그래도 희망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 남쪽이나 북쪽이나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6년 전 6.15선언의 의미를 날로 새롭게 한다면 통일이 어찌 이루지 못할 꿈으로 그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