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정성껏 가꿔온 작물의 수확기를 맞아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상ㆍ하북면, 동면 지역에서 재배되는 당근 재배농가들은 가격이 평균 35% 상승되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반면, 원동 지역에서 재배되는 수박 농가들은 긴 장마로 인해 도매상들이 당초 하우스 단위로 맺은 계약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직접 판로 개척에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근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중국산 당근이 대량 수입되면서 가격이 폭락해 재배농가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 가량의 당근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기존 면적을 유지해온 양산 농가들이 이득을 본 셈이다. 현재 상ㆍ하북과 동면 지역에 당근 재배면적은 87㏊에 생산량은 2천6백t에 이르고 있다. 매매가는 밭떼기 기준으로 평당 6천원대이며 지난해 4천5백원대에 비해 약 35%가 상승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편 원동지역에서 재배되는 하우스 수박은 지난해보다 다소 상황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익분기점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찍 시작된 장마로 도매상들이 수박 수요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 재배 전 하우스 단위로 계약한 것을 파기하는 등 피해가 뒤따르고 있다. 계약 농민들은 계약금액의 10% 미만의 계약 파기금을 돌려받지만 하우스에 가득한 수박들을 판매할 길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함양, 김해 한림면, 의령 지역 등에서 아직 70~80% 정도밖에 익지 않은 수박이 일찍 출하되면서 정상적으로 출하를 계획한 원동지역 농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동 당곡마을에서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정경철(49)씨는 "맛이 덜 든 수박들이 일찍 출하되면서 덩달아 원동 수박 역시 같은 취급을 받아 개당 4천원 정도로 가격대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원동 수박 재배농민들은 새벽 4시부터 수박을 수확해 직접 인근 아파트 단지나 사회시설 등을 찾아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매상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 일부 농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가 어렵자 토마토, 쪽파 등 시세가 좋은 작물로 전환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