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8시경 신도시내 한 게임장.현란한 그림의 입구를 들어서자 당첨을 알리는 소리와 시끄러운 게임소리와 함께 상품권이 여러 장 쏟아져 나온다. 20평 남짓 작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선 60여대의 게임기. 일찍부터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게임기 한대로 모자라 2~3대를 한꺼번에 돌리고 있다. 게임기에 만원 씩 넣고 시작버튼 위에 재떨이를 올린 체 충혈 된 눈으로 게임기만 바라볼 뿐이다. "사람이 기계를 이길 수 있나요. 안 하는 게 좋으니 오지마세요" 몇 시간 째 게임기 2대를 돌리고 있는 40대 남성의 말이다. 게임장에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현금과 상품권이 손에 들려 있고, 게임기에서 나온 상품권을 모아 한번씩 게임장 앞 환전소에 가서 현금으로 환전한다. 사행성 조장을 우려해 지난해 8월부터 상품권을 주기 시작했지만 법규정은 무색할 뿐이다. 사실상 도박행위이지만 게임장과 환전소 사이의 공모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한 상품권 환전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법의 철퇴를 내릴 수도 없다. 곳곳에 게임장이 생기면서 최저 2만원의 시상금이 나오는 오락실이 있는 반면 단속을 피해 250만원의 거액 배당금을 걸고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오락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장을 서둘러 나오는 20대 후반의 남자. 몇 가지 질문에 그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오죠. 오늘도 3시간 만에 50만원을 잃었어요. 한달 월급이 다나가지만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중독만 안 되면 되죠"라고 대답하며, 돈 찾으러 가야한다며 황급히 가버린다.한집 건너 사행성 PC방의 심각성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4월부터는 현장 증거물 확보가 어려운 사행성 PC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 사행성 PC방에서는 PC방에서 제공하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 불특정 다수들과 함께 거액의 판돈이 오가는 맞고, 바둑, 포커 등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업이기에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는 허술한 규정을 틈타 그야말로 우후죽순이다. 카운터에서는 게임머니를 상품권이 아닌 10%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내어주고 있어 일반 카지노와 다를 바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행성 PC방을 차린 업주는 '도박장 개장'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으며, 게임을 한 손님 또한 현행법상 도박죄를 적용, 형사입건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경찰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도박에 빠져 하루 아침에 재산을 날리고 결국 가정파탄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단순한 게임이 아닌 도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행성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