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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양산 사람] "그저 제 자식한테 주는 용돈이었어요..
사회

[오늘 양산 사람] "그저 제 자식한테 주는 용돈이었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7/14 00:00 수정 2006.07.14 00:00
8년 동안 이어진 제자 사랑
세상에서 가장 값진 용돈

'평생을 기억하고 싶은 선생님…'

이는 경남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어느 학부모가 올린 글의 제목이다.

이 글 속에는 한 교사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용기 내어 글을 올리지만 혹여나 그 교사에게 누(累)가 되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제 아이가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만인에게 알려지길 원하시지 않으셨지만 그렇게 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사연은 예상대로 따뜻했다.

8년전 덕계초등학교 류옥재 교사의 반에는 유독 수학이 뛰어난 한 아이가 있었다.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과 아버지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사망으로 이 아이는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이를 안스럽게 생각한 류 교사는 졸업생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아이를 추천했으나 누락돼 안타까움이 더했던 모양이다.

이후 류 교사는 매달 2만원이든 3만원이든 통장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문제집 값이라도 하라고 준 작은 정성이 무려 8년 동안 이어졌다. 이를 고맙게 여긴 아이의 어머니가 류 교사의 아름다운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된다며 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기게 된 것이다.

본지 기자가 무려 3주를 설득해 만나게 된 류 교사는 별일 아니라며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그저 제 자식한테 주는 용돈이었어요. 단지 자주 보지 못하니까 통장으로 넣어준거죠. 그리고 통장에 찍혀 있는 제 이름 석자를 통해 '네 뒤에서 항상 선생님이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할 수 있었구요"

어느덧 이 아이는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고 얼마 전 군대에 입대했다.  하지만 류 교사는 이 아이가 사회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때까지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아직 직장인이 아니잖아요. 스스로 독립해 제 곁을 떠날 때까지는 계속 용돈 줄꺼예요. 이게 바로 품안의 자식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엄마의 마음인가봐요...(웃음)"

류 교사의 이같은 제자사랑담은 이 아이가 처음이 아니다. 첫 발령지인 남해에서도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수호천사가 돼 주었다.

"지금은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누구보다 똑똑하고 이쁜 아이였으니 사랑스러운 아내로, 현명한 어머니로 살아 갈 꺼라 믿어요"

매달 용돈을 보내기 위해 은행가는 일이 귀찮지 않느냐는 짓궂은 기자의 질문에 

"매달 은행에 가는 일이 저에게는 행복 그 자체예요. 아이들의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을 제가 메워줄 수 있다는게 기쁠 뿐이죠"라며 우문현답을 한다.

인터뷰 한다고 고생 많았다며 기자에게 과자 한 봉지를 건네는 모습에서 류 교사에게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이들도 류 교사에게 바로 이런 정(情)을 느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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