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이 농촌을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큼 농촌지역의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리, 선리 장선리 등 배내골 일대 마을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83년 조직된 배내골 청년회는 배내골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원동력이다. 현재 배내골 3개 마을의 인구는 750여명인 반면 청년회 활동을 하는 정회원 수는 16여명 남짓. 사실상 청년회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고령자이거나 외부에서 유입된 외지인이다. 때문에 거의 모든 마을 일은 청년회가 도맡고 있다. 청년회원 한명이 청년회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 마을이장, 방범대원 등 여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회원들은 “한 가지에 전력투구해도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데 여러 역할을 하다보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배내골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내골 청년회가 준비하는 행사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행사는 배내골 경로잔치이다. 매년 가을 이천분교에서 열리는 경로잔치는 시나 면의 협조를 받지 않고 모두 청년회가 주관해 진행한다.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체육행사와 노래자랑 등 각종 이벤트를 펼치는 경로잔치는 마을 어르신 200여명과 인근 지역 참석자 등 매년 500여명이 넘게 참여해 대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배내골 청년회 하선근 회장은 “비록 준비과정에서 힘들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 한다”며 “경로잔치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다”고 전했다.배내골 청년회는 또 봄이면 배내골 선·후배 만남의 날 행사를 치른다. 배내골 출신 선·후배들이 만나 화합과 우애를 다지는 이 행사는 축구, 배구, 족구 외에도 가족단위가 참여할 수 있게 두부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배내골 청년회는 자율방범활동, 이천분교 행사 지원, 배내천 정화활동 등을 펼친다. 최근 도로가 좋아져 마을에 도둑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청년회의 방범활동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태풍과 집중호우 시 마을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배내골 청년회에 지어진 커다란 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배내골이 처한 각종 현안에 대한 해결이다. 노인들이 직접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년회는 현안해결을 위한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선근 회장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노인요양시설건설문제, 고압송전탑 문제와 같은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청년회가 주축이 돼 주민들의 요구가 최대한 수용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배내골이 영남알프스의 심장이듯 그 속에서 마을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배내골 청년회가 바로 배내골의 심장이다.